<815> 감추어진 승부 (39)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권도일은 ‘클러치 미트’를 활용하며 로열골드의 속도를 높여갔다. 유호성이 모는 1974년 산 치타를 따라잡으려면 우선 눈앞에 가로 걸치는 블랙 이글스를 추월해야만 할 것이다. 클러치 미트란 높은 회전수를 유지한 채 빨리 변속하기 위한 고급 테크닉을 일컫는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지상 10cm 높이로 머신을 띄워 날고 싶었지만, 블랙 이글스에게 그 모습을 보여선 안 될 일이었다. 왜냐고? 블랙 이글스야말로 아랍의 자금으로 출전한 머신이기 때문이었다. 아랍의 검은 세력들이 어째서 유호성을 없애려 하는가? 바로 에어 뮬의 개발을 저지하기 위함 아니겠는가. 그들은 유호성을 제거함으로서 에어 뮬을 개발하는 거성그룹에 핏빛 경고를 보내려는 것 아니겠는가.
사실 가만히 놔두어도 유호성은 영문도 모르는 채 제물이 될 처지였다. 하지만 권도일의 마음은 달랐다. 유호성을 기필코 자신의 손으로 제거해야 아버지 권일주의 한이 풀릴 수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앗! 플랩이군.’
차창으로 날아드는 모래 때문에 앞을 가늠하기도 어려운 판에 눈앞을 달리던 블랙 이글스가 갑자기 플랩(flap)을 작동하는 모양이었다. 플랩이란 윙 끝에 달려있는 양력 높임장치이다. 원래 윙의 끝을 위아래로 움직임으로써 양력을 조절하도록 되어 있는 장치이다.
블랙 이글스가 플랩을 걸자 다운포스가 높아지는지 모래가 자욱이 바퀴 뒤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블랙 이글스가 모래를 뒤로 뿜으면 그 뒤를 바짝 따르던 권도일로서는 속수무책이 되고 만다.
권도일은 있는 힘을 다하여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직 완전한 사막으로 들어서지는 못한 상태였다. 저 멀리로 모래언덕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 노면은 건조한 흙과 작은 자갈로 범벅이 된 상태였으므로 노면과의 마찰로 타이어가 녹아드는 듯 했다. 이를테면 플랫 스포트(flat spot) 현상이라고나 할까?
‘미치겠군. 어째서 훼방꾼이 끼어든 거지?’
몰라서 묻는 말은 아니었다. 어차피 원 데이 레이스 (oneday race)! … 유호성을 오늘 안에 죽이고 스스로 모래 산에 처박혀 중상을 입어야 하리라고 작심했으니, 오늘 하루에 모든 인생을 건 원 데이 레이스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어째서 훼방꾼이 끼어 방해를 일삼는 것인지…
플랫 스포트 현상이 일어났으니 앞 타이어가 모래 속에 깊이 파묻힐 수밖에. 완전한 사막은 아니라 해도 바퀴가 3분의 1 정도나 모래 속에 박힌 상태라 전진하기가 어려웠다. 권도일이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1974년 산 치타와 블랙 이글스는 눈앞에서 벗어나 모래먼지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로열 골드! 잘 진행되고 있나, 오버.”
하필 이럴 때에 또다시 무선 통신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지지익- 소리가 동반되는 것으로 보아 사막 깊숙이 들어가면 아예 통신이 두절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엄습했다. 차라리 두절되는 편이 좋을 지도 모르겠지만.
“플랫 포스트 상태임, 오버.”
“어쩌다 그 지경이 됐나? 유호성 선수 케어에 지장은 없는가, 오버.”
“뒤처지고 있음. 공중 비행 장치를 가동할까요?”
“아직 허락할 수 없음. 전후방 5km 내에 아무도 없는 사막지점에서만 가능함, 아니, 다시 수정한다. 왕회장님의 명령이 날 때까지 비행 테스트는 불가함. 오버”
권도일은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았으므로 무선 통신기의 스위치를 내려버렸다. 그러고 나서야 앞을 보니 1974년 산 치타와 블랙 이글스는 어느새 저 멀리 사라져 검은 점으로 깜박이고 있었다.
‘아! 덥다. 덥구나!’
온도계가 47도C 를 가리키고 있었다. 머신 내부가 대기온도보다 무려 12도나 높았던 것이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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