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부문 경제 ‘링거 투여’ 시급 판단 9월 러·베트남 순방 앞두고 긴급 회동 상법개정안 개선 여지 재계에 유화제스처 투자·고용 확대 확답받기위한 포석 해석

박근혜 대통령이 9월 예정된 러시아ㆍ베트남 순방에 앞서 서둘러 국내 10대 그룹 회장을 만난 데는 그만큼 경제활성화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경제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부문의 투자와 고용확대를 통해 민생경제에 물꼬를 트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중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10대 그룹 회장과의 회동에서 지난 18대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등 상법개정안에 대해 속도조절 가능성 여지를 남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경제민주화 후퇴라는 반발을 무릅쓰고 원론적인 차원에서나마 재계에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경제성장이냐 경제민주화냐라는 정치권의 고질적인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지금은 ‘경제회복’이라는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내 10대 그룹 회장만을 따로 불러모은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한다. ‘경제회복’이 최우선 순위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고히 함으로써 재계로부터 투자 및 고용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마련된 셈이다.

특히 세금은 생각보다 걷히지 않는데다 최대 화두로 내세우고 있는 고용도 생각만큼 늘지 않고 있어 범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주변에서 “민생경제 회복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소방수(10대 그룹)를 동원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강한 의중에 10대 그룹 회장도 저마다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현재 여러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투자와 고용을 더 신경쓰겠으며, 당초 계획한 것을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예정된 투자와 고용을 차질없이 실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날 회동에선 재계와 정부, 정치권이 정면충돌하고 있는 상법개정안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10대 그룹 회장은 이날 박 대통령에게 집중투표제가 의무화하면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경영활동에 사사건건 개입하려는 비우호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10대 그룹의 한 참석자는 “대기업이 그동안 경제민주화나 동반성장에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시간적인 여유를 주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경제민주화에 기여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법제정 등을 통해 강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순위는 경제회복에 있고, 지금까지 여러 의견을 들은 만큼 이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선공약 외에 대기업을 옥죄는 것은 수정될 여지가 있다”며 “다만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등의 기존 대선공약 사항은 원안을 유지하되, 도입시기를 저울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도 “입법예고기간은 말 그대로 재계와 국민의 여론을 듣고 이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라며 “입법예고기간 많은 의견을 들었으니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영상ㆍ한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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