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회 돌파…박기홍‘ 그것이 알고 싶다’ CP

철저한 국어사용·재연기법, 장수비결 방송만큼은 정의롭고 객관적이어야

1992년 3월 31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난 6월 30일 900회를 맞았다. 무려 21년, 프로그램의 역사는 ‘작은 한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4년간의 현직 PD(1999~2002년)와 2년간의 데스크(2009~2010년)를 거친 뒤 2011년 12월부터 제작, 기획을 맡은 박기홍<사진> CP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성과를 프로그램이 걸어온 역사에서 찾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춘 아이템의 변화죠. 주기별로 어떤 변화를 시도해야겠다고 목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제작될 당시엔 ‘미스터리(무속신앙, 사이비종교)’ 코드가 인기를 끌었고, 소수자들의 인권(트랜스젠더 등)이 화두가 된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의 트렌드는 ‘공분’입니다.”

시사다큐로 시작한 ‘그것이 알고 싶다’가 탐사보도 다큐로 탈바꿈하며 보여준 오늘엔 한국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박 CP는 이에 “지금은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현상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켜줘야 하는 때”라며 “공분은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일들이 지켜지지 않을 때 일어난다.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라고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21년사의 저력은 단지 대중의 분노를 건드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긴 시간 KBS2 ‘추적60분’, MBC ‘PD수첩’ ‘시사2580’ 등 경쟁자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시사다큐의 신기원’이라는 찬사도 늘 달고 다닌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독창적인 표현방식에 있다. 박 CP는 그 성공요인을 철저한 국어의 사용과 재연기법으로 태어난 남다른 스토리텔링에서 찾았다.

박 CP는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표현, 주술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표현은 철저히 배제한다는 것이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부분”이라며 “팩트도 중요하지만 서사방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데, 정확한 국어의 사용이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인기를 끌고 있는 재연기법은 제작진에게도 ‘딜레마’였다. 아무리 현실적인 재연이라 할지라도 “당시의 사건 상황과 똑같이 재연할 수 없다”는 점을 제작진 스스로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경찰 조사, 법원 판결, 공소장 등 글로 적힌 사건을 정확하게 묘사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한때는 소재 고갈로 방송이 중단(95년 9월)되기도 했지만 지금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다시 1000회를 향해 도약한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6명의 PD와 작가들 모두가 옳다고 판단하는 것에 흔들림이 없습니다. 방송만큼은 정의롭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 아무리 작은 사건일지라도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그로 인해 세상을 바꾸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제작진의 생각입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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