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걸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없어요(웃음). 후회 없이 고치고 만들기를 반복했죠. 오롯이 음악에만 푹 빠져있었습니다."
가수 존박이 16개월의 공백을 깼다. 지난해 2월 발표된 첫 미니음반 '노크('Knock)'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지난 3일 정오 공개된 첫 번째 정규 음반 '이너 차일드(INNER CHILD)'에는 총 11곡이 수록돼 있다.
특히 주목할 만 한 점은 존박이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했다는 것. 그는 수록곡 중 5곡을 작사, 작곡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내 안의 어린 아이 같은 마음으로 돌아간 음악"이라고 소개한 이번 음반을 통해 그는 뮤지션으로, 또 남자로 한층 성숙된 모습을 내비쳤다.
◆ 16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첫 미니음반 후 지금까지, 약 16개월 동안 존박은 오롯이 음악 작업에만 몰두했다. 그렇다고 매일 같이 녹음, 작업실에만 틀어 박혀 노래를 만들었다는 건 아니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생활 속에 늘 음악에 대한 생각을 했고, 방해와 압박 없이 노래를 만들었다.
곡이 완성된 후에는 녹음에 전념했다. 이상순과 작업하고, 이효리가 피처링에 참여한 노래도 있다. 3번 트랙 '지워져간다'가 그것. 시간이 흐르고 기억에서 잊혀 가는 것에 대해 담담하게 읊조리는 형태의 곡으로, 이상순이 만든 노래다.
"그날 (이)상순 형과 '지워져간다'를 녹음하고 있었어요. (이)효리 누나가 근처에 있어서 잠깐 들리셨죠. 노래가 어쩐지 좀 밋밋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상순 형이 '잠깐 들어가서 여성 코러스 부분을 불러 달라. 느낌을 좀 보려고 한다'고 요청했고, 효리 누나가 녹음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톤이 잘 맞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바로 피처링 요청을 드렸는데 흔쾌히 들어주시더라고요. 비용을 요구하시진 않았어요(웃음). 혹 나중에 제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써주세요'라고 말씀드렸죠"
정규 1집 음반에만 푹 빠져있었던 시간.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까'로만 가득 차 있었다.
"회사에서는 '너의 음반이지 우리 음반이 아니다. 네가 후회 없이 만들어야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적, 상순 형도 마찬가지로 '언제나 다시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으면 고치라'고 말씀해주셨고요. 뭐든 제게 맞춰 주시고 의논, 상의해주셔서 편안했어요"
작업을 하면서 영화를 하루에 두, 세 편씩 보기도 했다. 녹음은 올 2월부터 집중적으로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며 하나 둘씩 곡 작업을 해둔 것이 오늘의 음반을 있게 한 걸지도.
◆ 동심으로 돌아가다?
음반 타이틀 '이너 차일드'는 내면의 동심을 꺼내어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가수 이적이 지어준 것이다. 실제 존박도 "처음이라 거침없이, 재미있게 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음악적인 부분에 대한 타협을 많이 했어요. 사운드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했죠. 믹스하고 마스터링을 하는 과정에서 같이 하는 분들과 연구했고, 그 외에 녹음에 있어서는 힘든 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제멋대로 하고, 원하는 대로 고쳤거든요"
소속사 뮤직팜이 "너의 음반"이라는 식이었던 만큼, 존박 역시 마음껏 음악적 역량을 펼칠 수 있었다.
"다양한 장르를 하자고 염두에 두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콘셉트, 장르를 정해놓지도 않았고 자작곡들과 받은 곡 중에 고른거죠. 장르보다는 부르고 싶은 노래들로 골랐어요"
반응 역시 좋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만들었는데, 주변의 호평까지 얻었으니 감격스러울만하다.
1번 트랙은 '이매진(Imagine)', 존박이 작사를 맡은 곡이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다. 5번은 '투 레이트(Too Late)'로 이는 존박의 작곡 실력이 돋보이는 넘버다. 9번에 담긴 '그만'은 존박이 작사, 작곡한 노래.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하며 써놓았던 곡이 이번 음반에 실렸다. 10번 '투 유 앤드 미(To You And Me)' 역시 그가 작사, 작곡, 그리고 편곡까지 맡은 곡이다. 1분 30초의 아웃트로(outro), 팬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마지막 트랙 '시핑 마이 라이프(Sipping My Life)'은 존박이 작사, 작곡한 노래로 유일한 영어로 된 가사가 특징이다.
"프로듀싱을 했고, 자작곡들 덕분에 책임감을 갖게 됐죠. 내 새끼 같은 음반이라고 해야 할까요? 음반의 전체적인 완성도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잘 모르겠어요. 후회 없이 고치고 만들었으니까요"
◆ 고집을 내려놓으니 진짜 존박이 나타났다
"오히려 좋다고 생각해요. 이번 음반에서도 알 수 있듯 음악이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처럼 부드러운 발라드 느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나고 노래에 장난기도 들어가 있고요. 예전의 방송 이미지가 저를 하나의 틀에 가둬놓은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까불지 못하고 얌전한 가수처럼 행동해야 하는 것이 불편했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웃음)"
방영 중인 케이블채널 엠넷(Mnet) '방송의 적'을 통한 변신에 대해 물었더니, 돌아온 존박의 답이다. 음반과 예능이 겹쳐 혹여나 우려되는 점은 없을까 싶었으나, 도리어 '잘됐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활동 당시만 해도 존박은 오디션 서바이벌프로그램 '슈퍼스타K'에서 보여준 '엄친아' 이미지가 남아있었다. 차분하고 얌전해 보이는 인상과 목소리, 그리고 어딘가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방송의 적'에서의 존박은 전혀 달랐다. 우스꽝스러운 분장에 막 내뱉는 대사, 허세와 '찌질한' 연기 등 지금까지의 존박을 잊게 만들었다.
16개월의 시간 동안 존박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내면의 무언가가 크게 일렁인걸까.
"처음 음반을 낼 때는 고집이 있었어요. 뮤직팜 소속 아티스트로서 보여줘야 할, 보여주고 싶은 고집들이라고 할까요? 물론 그 역시도 분명 필요한 것이지만 이제는 뭐든 즐겁게 할 수 있게 내려놓았죠"
고집을 놓고, 확실히 전과 많이 달라졌다. 외로움도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여유도 생겼다.
"'방송의 적'을 하면서 예전에는 카메라가 앞에 있으면 불편했는데, 처음으로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지금은 취미 생활처럼 하고 있어요(웃음). 아무래도 적이 형과 함께여서 더 편한 것 같아요. "
스스로 가둬 둔 틀을 벗어났고, 방송을 통해 굳혀진 이미지도 과감하게 벗어던졌다. 그리고 좀처럼 넘기 힘들었던 언어의 벽도 꽤나 허물었다. 섬세함이 가장 중요한 발라드를 부를 때 항상 언어의 높은 장벽과 마주했던 고충을 떠올리며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는 존박.
"지난해 미니음반 당시 발라드 곡의 경우 3주를 녹음 했어요. 이번 음반의 '철부지'라는 발라드 곡은 일주일이 걸렸죠. 그만큼 시간이 줄어든 거예요"
정규 1집은 뮤지션으로의 존박의 색깔, 방향을 제시하는 음반으로 통한다.
"자작곡에서 저의 색깔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존박이 어떤 느낌인지를. 그리고 이번 음반을 통해 얻게 된 건 앞으로도 작곡은 혼자 하게 될 것 같아요. 작사는 아직까지 벅찬 부분이 있어서 부탁을 드려야겠지만, 노력할거고요. 만드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작업인지 비로소 알았기 때문에 더 욕심이 생길 것 같아요"
자신이 만든 노래를 누군가 듣고 공감한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 그다. 벌써 다음 음반 콘셉트를 구상하게 된 것 역시 이 때문이 아닐까.
"자작곡을 많이 어필하고 싶어요. 내가 만들어서 좋고, 듣는 이들도 즐거워한다면 거기에 만족합니다. 다음 음반의 콘셉트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고요, 이번처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대중들에게 싱어송라이터 존박으로 인식됐으면 좋겠어요. 타이틀곡을 듣고, 수록곡도 들어보신다면 성공, 그게 최고 아닐까요?(웃음)"
첫 번째 정규음반을 통해 음악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존박. 첫 정규음반이 탄생하기 전, 16개월은 존박과 그의 음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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