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지수가 7년만에 600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증시가 활기를 띠고 있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ITㆍ벤처투자 붐에 대한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을 이끌어 오던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이 저성장과 환율 불안, 글로벌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급격히 쇠퇴, 국내 증시는 침체를 면치 못했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에 대한 갈증이 심해지고 있다.
이번 코스닥 지수의 상승세가 예년과 다르게 해석되는 것도 여기에 있다. 기존 산업에선 더이상 성장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갈해줄 수 없는 반면 중견ㆍ중소기업들로 구성된 코스닥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실적 전망치만 놓고 봐도 코스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상장률이 코스피 상장사보다 배 이상 높다.
정부의 코스닥·벤처 육성정책도 코스닥 부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창조경제’의 기치를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이후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주식시장 발전 방안, 창조적 금융생태계 활성화 방안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코스닥시장 활성화, 모험자본 육성에 공을 들여왔다. 또 지난 2013년과 2014년 ‘중소ㆍ벤처기업 전용주식시장’인 코넥스 시장과 장외주식시장인 K-OTC가 개설된 뒤 순항을 거듭하면서 코스닥 투자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탓에 최근 코스닥 지수의 600선 돌파와 거래량 증가를 ‘창조경제 붐업’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것도 큰 무리가 아니다.
이같은 코스닥의 강세 속에 돈을 빌려 주식 투자에 나서는 개인 투자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이미 코스피 잔고를 넘어섰다. 이에 일각에서는 1990년말~2000년대초반 나타났던 벤처 거품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시 회사 이름에 소위 ‘닷컴’만 붙어있어도 장외에서 주식 액면가의 5~20배의 웃돈이 얻어져 거래되곤 했다.
이같은 비정상적인 현상은 오래 가진 않았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IT 버블 논란 속에서 모두가 사라졌다. 아주머니와 할아버지가 객장을 떠나고 벤처 투자 붐도 사그라들었다.
중국 격언 중에 ‘빙동삼척 비일일지한(氷凍三尺 非一日之寒)’이라는 말이 있다. ‘엄청난 두께의 얼음은 하룻밤 사이에 언 것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모든 결과에는 그 이전부터 오랜 기간 축적돼온 배경과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지금의 코스닥 시장 또한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련을 극복해 얻은 노력의 산물이다.
이런 의미에서 코스닥 600 돌파를 새로운 전기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연기금의 시장 참여 제약 요인 해소나 코스닥 관련 투자상품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벤처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각종 규제 개선도 필수적일 것이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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