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수신료 현실화가 다시‘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3일 KBS 이사회는 33년간 동결됐던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상정했다. 이날 임시이사회에 소수이사들은 참석을 거부, 여당 측 추천이사 7인의 찬성으로 인상안은 ‘속전속결’로 상정됐다.
수신료 인상 추진의 후폭풍은 거세다. 야당 측 추천이사 4인은 ‘날치기 상정’이라며 ‘원점 재논의’를 강조하고, 여당 측 이사들은 “그동안 야당 이사들의 불참으로 상정조차 못했다. 논의는 하게 해줘야하지 않겠냐”는 입장을 앞세우고 있다.
KBS로선 여론의 힘도 받지 못하고 있다. 만 19세 이상 휴대전화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최민희 의원이 조사기관 리서치뷰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81.9%는 KBS의 수신료 인상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은 불과 6.5%. 때문에 KBS는 수신료 인상을 놓고 국민여론을 간과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하지만 해당 설문에 대해 KBS는 “휴대전화를 통해 ARS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응답률이 5%에 불과했다”며 “일반적인 여론조사에 비해 매우 낮은 응답률로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KBS는 수신료 인상에 사활을 걸었다.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제작비의 상승과 막대한 디지털 전환 투자비용(총 7500억원)은 KBS의 적자구조 고착화를 불러왔다. KBS는 번번이 무산됐던 수신료 인상을 놓고 대책회의까지 마련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대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공영방송 KBS의 공적책무 이행, 보도 공정성을 두고 견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소수이사들과 시민사회는 보도 공정성 확보와 제작 자율성 보장, 국민부담 최소화를 전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보도 공정성 논란의 경우 그간 KBS가 보여준 보도와 역사 다큐 프로그램을 통해 지적돼왔다. 최근 KBS의 국정원과 NLL 보도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KBS 이사회 야당 추천 운영위원 조준상 이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추는 진동할 수밖에 없지만 진폭은 줄여야 한다. 정권에 부침없이 제작 자율성을 확보해 보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으로의 중립성 문제가 야기되고, 불공정과 편파 논란도 뒤따르지만 이에 대해 KBS는 ‘신뢰도와 영향력 1위’를 강조하며 ‘공정보도’에 대한 해석은 ‘주관적인 영역’이라고 선을 긋는다. “국민간의 견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정파적, 논쟁적 사안에 대해 다양한 측면의 논점을 다루며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신료에 대한 정치적 해석도 끊이지 않는다. 수신료 인상이 이뤄질 경우 KBS는 연간 2100억원 규모의 광고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안고 있다. 이는 타방송(종편)으로 광고수입을 전이하는 결과를 불러 온다. 때문에 ‘정치적 매수행위’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지만 KBS는 “현재 종편의 위상과 경쟁력을 감안할 때 광고 유입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답변한다.
KBS의 방만한 경영과 총체적 기강 해이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국회의 KBS 결산심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KBS 수신료 수입 5778억원이 대부분 고액연봉자의 인건비로 지출된다고 주장했다. KBS의 인건비 총액은 5231억원에 달한다. 당시 유승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KBS의 2011년도 결산분석 결과 “순이익은 47억원으로 전년대비 89% 감소했지만, 인건비는 9.3%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야당 측 의원들은 때문에 수신료 인상에 앞서 KBS 임직원의 ‘인건비 동결 선언’도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KBS에서는 “수신료가 33년째 묶이면서 수신료 수입이 물가 대비 갈수록 줄어들다 보니 인건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질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KBS의 수신료 인상을 놓고 현재는 여론도, 언론과 시민단체도 날을 세우고 있다. 두 배 가까운 인상안을 내놓은 이유와 원칙에 대한 국민적 설득이 부족한 탓이다. KBS는 수신료가 존재하기에 공영방송으로서 “TV와 라디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다양하고 수준높은 프로그램 제공과 함께 난시청 해소와 수신환경 개선, 교향악단과 국악관현악단 운영, 소외계층을 위한 방송, 한국어의 계승발전 등 다양한 공적 책무를 맡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KBS가 공영방송의 책임과 자체개혁이라는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수신료 인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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