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애니메이션의 메카 ‘지브리 미술관’ 을 가다
아늑한 옥상정원·소년의 방… 동심·평화 존중 세계관 응집
‘이웃집 토토로’ ‘바람이 분다’ 등 미야자키 작품관 곳곳에 투영
[도쿄(일본)=고승희 기자] 짙은 초록빛이 우거진 일본 도쿄 외곽 미타카시(三鷹市) 이노바시라공원.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꿈이 현실로 구현된 공간, 숲으로 둘러싸인 ‘마법의 성’이 있는 곳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이뤄진 ‘지브리미술관’이 바로 그곳이다. 미야자키 감독의 세계관이 응집된 이곳은 ‘이웃집 토토로’로 시작해 신작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를 지나 ‘천공의 성 라퓨타’로 마무리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했던 기이하고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다.
지브리미술관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연과의 조화’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선다는 것이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 평화와 생명을 존중하고 이를 지향하는 그의 세계관이 지브리미술관의 모든 곳에 스며들어 있다.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이 보여주는 자연과의 일체감은 미술관 전체에 투영돼 있다. 밖으로는 초록의 숲이 지브리를 감싸 안았고, 미술관은 그 자연을 끌어안는다. 나선형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면 나타나는 아늑하고 싱그러운 옥상정원이 그 백미다.
미야자키 감독의 세심함도 인상적이다. 빛과 바람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스테인드글라스를 이용해 벽과 천장에 창을 냈다. 시간의 길이에 따라 달라지는 햇빛이 유리창을 통해 마룻바닥에 비칠 때마다 지브리는 오묘한 빛깔을 띤다.
지브리미술관은 아이들이 뛰어들어와 ‘놀다 가고 싶게’ 만드는 곳,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세파에 시달리며 ‘공상의 세계’를 잃은 어른들에게 다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비밀 통로를 만들어주는 곳이기도 하다.
넓지 않지만 구성은 알차다. 먼저 지하 1층으로 가면 ‘토성좌’라는 소형 극장이 관람객을 맞는다. 미술관에서는 이곳을 ‘아이들이 가장 처음 만나는 극장’이라는 생각으로, 작은 손님들을 향한 세심한 배려를 곳곳에 담았다. 중저음과 어두운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배려해 작은 수십여대의 스피커를 통해 음향을 가다듬었다. 영화 상영 전에는 조명도 서서히 잦아든다.
지상 1층엔 ‘지브리미술관’의 역사가 있다. ‘소년의 방’을 비롯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업 전 과정을 보여준다. 5개의 전시실에서는 종이 한 장에서 시작한 아이디어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감독과 무수한 애니메이터의 수작업을 통해 완성된 스케치와 카피, 그의 작업실과 평상시의 작업 모습을 재현한 공간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산실을 보게 된다.
나카시마 기요후미 관장이 강조하는 ‘직접 뛰어가 만져보고 체험하는 공간’으로의 지브리미술관은 2층에서 열린다. ‘이웃집 토토로’의 대형 고양이 버스가 아이들에게 원 없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허구의 세계가 현실이 돼 눈앞에 나타난다.
가파르고 좁은 계단을 오르면 ‘지브리미술관’의 마지막을 만난다. ‘천공의 성 라퓨타’의 거대한 로봇. 무려 6m 높이의 이 로봇은 이미 미술관에 들어서는 방문객들을 굽어본 ‘염탐꾼’이다.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된 탓에 이곳은 방문객들의 ‘사진 촬영 성지’다.
지브리미술관은 설계와 구조, 구성에 이르기까지 미야자키 감독이 만든 또 다른 애니메이션이었다. 일본의 수많은 아이는 이곳을 찾아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기약한다.
미야자키 감독은 1998년 ‘원령공주’의 작업을 마친 후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했다. 이때 미술관을 구상, 2001년 7월 완성해 그 해 10월 문을 열었다. 미야자키 감독은 미술관을 도에 기부해 현재 이곳은 미타카시, 지브리, 니혼TV 세 곳이 합작한 재단이 관리한다. 한 마디로 공익재단이다. 수익은 모두 사회로 환원한다. ‘지브리미술관’은 단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을 일으킨 ‘명가의 왕국’이 아니라 거대한 애니메이션산업을 움직이는 창작의 메카이며,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책임까지 이어가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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