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꽃보다 할배’<사진>가 이제 겨우 4차례 방송됐을 뿐인데 난리가 났다. 등장인물이 4명의 할아버지 배우와 짐꾼 겸 가이드 이서진에 불과한 이 프로그램이 대한민국 예능 이슈를 도배질하고 있다. 업체들은 이 할배들에게 입히고, 신기고, 씌우려고 난리다. ‘구야형’ 신구 등 할배들은 CF스타가 될 조짐이다. 예능 경험이 별로 없는 이서진의 호감도는 최고조다. 4회는 평균 시청률이 5.3%, 최고 시청률은 7.4%까지 올라갔다. (AGB닐슨)
‘꽃할배’들이 ‘쁘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는 모처럼 여행의 자유로움과 일탈심리를 느끼는 듯해 보기 좋았다. 하지만 ‘꽃할배’가 대박을 낳은 가장 큰 비결은 나영석 PD와 이우정 작가의 감각과 스타일에 있다.
프랑스 파리와 스트라스부르, 예능감이 검증되지 않은 노배우들과 이서진. 배경이 될 그림이나 스토리, 토크 등으로 볼 때 특별히 기대할 만한 건 없다. 하지만 무수히 많이 찍어온 장면들을 편집해 보여주는 결과물은 그럴 듯하다. 물론 피사체를 그냥 찍어오지만은 않는다. 심심하다고 느껴지면 제작진이 뭔가를 벌이고, 건드려 재미를 만들어낸다. 이는 나영석 PD가 ‘1박2일’에서 별것도 아닌 것을 판을 키워 긴장감과 주목도를 높이게 만들었던 그 감각이 그대로 이식된 것이다.
‘꽃할배’들이 파리를 떠나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해 그곳 관광을 하는 일정은 그림은 그런 대로 괜찮지만 스토리텔링으로는 심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끊임없이 이서진에게 깐죽거린다. 열받지만 표현도 못하는 이서진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가령 이서진이 스트라스부르에서 렌터카를 빌리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도 나영석 PD는 계속 이서진의 성질을 건드렸다. 스트라스부르의 노트르담 성당 앞 음수대에서 물을 먹고 있는 이서진에게 “배고파서 그러는 것 아니죠”라고 말하고 이어 “지구력은 이순재 선생님이 서진 씨보다 뛰어나세요”라고 말해 ‘깐족영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렇다면 나영석표 예능이란 무엇일까? 나 PD 본인에게 물어보았다. “나 PD 예능의 특징은 무엇이며 ‘꽃할배’는 무엇을 어필했을까요?” 답변을 요약하면 예측 불가능함과 할아버지들도 젊은이들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나 PD는 “‘꽃할배’가 재미있게 풀릴지 몰랐다. 유럽 촬영이 끝날 때까지도 몰랐다. 찍은 걸 편집해보면서 이런 거였구나 하고 생각했다”면서 “과거에는 PD가 대충 예상한 대로 세팅했다면 내 방식은 제작진도 끝까지 예측이 안 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시청자도 몰입도와 궁금증이 커지는 거다.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재미있는 거다. 요즘은 시청자가 더 전문가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운이 좋기도 하고, 또 이런 건 익숙한 장르이기도 하다”면서 “뭐가 될지 모르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가능성을 가지고 간 거다”고 덧붙였다.
나 PD는 “여기 나온 할아버지들이 평소 근엄하고 진지하게 보이지만 그분들끼리 모여 생활할 때는 장난치고 삐치기도 하는 등 젊은 우리랑 비슷하구나 하는 걸 느꼈을 거다”면서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는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랑 똑같다는 점을 발견하고 그분들이 한층 더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전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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