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6회> 감추어진 승부 20

‘으흐흐흐… 에미나이들이 곡예사 출신이란 말이디?’

동서고금,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모두 짐승이 되는 법이다. 누가? 사내놈들이 말이다.

뒤늦게 샤워를 마치고 나선 공지호, 곽승철은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입은 점점 더 크게 벌어졌는데, 어쩌지? 숨은 점점 가빠지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호텔방으로 들어갈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저녁식사를 하면서도, 반주로 위스키를 마시면서도 그들은 오로지 호텔방으로 들어갈 시간만을 기다렸다. 그들은 도형철이 매우 중요한 개인사정 때문에 중국으로 먼저 떠났다는 사실을 잊은 지 오래였다. 아니, 안중에도 없었다고나 할까?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앉아있는 생각은 오로지 곡예와 스포츠 섹스와의 결합에 대한 흥미진진한 상상뿐이었다. 그중에서도 제 6사단장은 머릿속이 더욱 복잡했다. 도형철의 파트너로 내정되어있던 에미나이까지 밤새워 위로하고 간수하려니 시간부터 철저히 배정해야 했는데…

“공지호 부부장 동무, 곽승철 위원 동무! 이제 약주는 그만하십세다. 쉬러 들어갈 때가 되지 않았습네까? 에미나이 동무들이 방에서 기다리고 있습네다.”

“좋디요. 어서 올라갑세다.”

그들은 비장한 결의를 다진 후에 각자 방으로 올라갔다. 서로의 사생활을 배려하려고 했던 것일까? 공지호의 방은 3층에, 곽승철의 방은 6층에, 마지막으로 제 6사단장의 방은 9층에 따로 떨어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제 6사단장은 901호, 916호의 방 열쇠를 함께 지니고 있었는데, 그나마 두 방이 같은 층에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초여름 플로방스 지방의 초원 위에 들어선 호텔방은 싱그러웠다. 커튼을 살랑이며 밀려들어오는 풀냄새도 싱그러웠고 연두색으로 덮인 침대보도 싱그럽게 여겨졌다. 다탁 위에 놓인 프리지아 꽃도 싱그러운 향기를 뿜었고, 무엇보다도 네글리제 차림으로 비스듬히 누워있는 곡예사 에미나이의 몸에서 풍겨나는 비누냄새가 싱그러웠다.

“아까 꼴푸장에서 봤을 땐 말라깽이처럼 보이더니 가까이에서 보니까 그거이 아니고만. 육덕이 흘러넘친단 말이디. 미제 말로 글래머로구만.”

“어머, 부끄럽습네다. 부부장 동무.”

공지호가 문을 열고 들어간 3층 호텔방에서는 이런 수작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6층 곽승철의 방에서는…

“오마나, 여태껏 뭐 하시다가 이제야 들어오십네까? 내레 두 시간이나 독수공방하고 있었습네다. 날래 이리 올라오시라우요.”

이른바 불춤을 잘 춘다던 빨간 모자 처녀가 숫기 좋게 일어나 곽승철을 맞아들이고 있었다. 사실 곽승철이 라커룸에서 오랜 시간 동안 뜸을 들인 까닭은 좀처럼 식어들 줄 모르는 지겟작대기 때문이었다. 여섯 홀이나 되는 라제니 골프장을 도는 동안 계속 모자로 가랑이를 덮고 있던 심정을 그 누가 알아주랴.

로비 카페에서 양주를 홀짝이며 겨우겨우 진정시킨 후에 호텔방으로 들어섰건만 이건 또 뭐냐? 곡예사 출신 에미나이가 활달하게 그를 끌어안기 시작했는데…

“와 이러네? 숨 넘어가겠고만. 이야기 좀 나눈 후에 천천히 시작하자우.”

“천천히 노닥거릴 시간이 어디 있습네까? 내레 꼴푸 치는 동안 내내 마음이 달떠서 혼났단 말입네다.”

그러거나 말거나… 빨간 모자 처녀는 곽승철을 끌어안고 침대 위로 뒹굴기 시작했다. 열려있는 창문은 고사하고 현관문도 제대로 잠그지 않은 상태였다.

한편 열쇠 두 개를 지니고 9층으로 올라온 6사단장은 우선 901호 방문을 열고 에미나이에게 눈인사를 한 뒤, 곧바로 916호로 달려가 또 다른 에미나이에게 악수를 청했다. 901호에서 916호까지 이어진 복도는 그 길이만 해도 100m에 이르렀으니, 아이고! 아찔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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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