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비가 안온다고 했는데 폭우가 내려서 마당에 널어놓고 나갔던 옷이 홀딱 젖었다” “대형 대풍이 온다고 해서 휴가를 미뤘는데 우리나라를 비켜가 허탈했다”
태풍이나 장마 등 주요 날씨 예보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기상청은 국민들의 원성을 사거나 때론 ‘오보 기상청’이라는 오명을 쓰기 십상이다. 그래서 기상청 관계자들은 “‘잘해야 본전’인게 기상예보”라고 말한다.
사실,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는 과거보다 나아졌다. 48시간 단기예보의 강수 유무 정확도는 2007년 85%에서 지난해 92.1%로 크게 향상됐다. 이는 지난해 일본 기상청이 기록한 84.3% 보다 7.8% 포인트 높은 수치다. 중기예보(일주일)도 2012년을 기준으로 81.3%의 정확도를 기록해 일본의 73.1% 보다 8.2% 포인트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하지만 백발백중 정확한 기상예보가 어려운 이유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날씨의 변덕이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확한 기상예보는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됐다.
▶첨단장비 도입으로 예보정확도 높여=기상청에 따르면 예보 정확도를 위해선 질 좋고 풍부한 관측자료가 확보돼야 한다. 또 슈퍼컴퓨터에서 운용되고 있는 날씨 예측 소프트웨어인 수치예보모델 성능도 오차없는 기상예보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상 예보는 기상관측시스템과 기상위성을 통해 수집된 기온ㆍ기압ㆍ습도ㆍ풍향ㆍ풍속 등 기상데이터을 토대로 한다. 이 데이터들은 기상청 중앙서버로 취합돼 분석자료로 사용된다. 수집되는 데이터양이 방대한 만큼 분석에는 슈퍼컴퓨터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기상예보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데에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첨단 장비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에서 7번째로 기상위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상 관측선을 도입해 관측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또 선진국 수준의 수치예보모델을 도입하고 차세대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는 등 선진예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기상청에서 사용하는 슈퍼컴퓨터(3호기)는 289억에 달하는 비싼 장비다. 기획재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슈퍼컴퓨터 3호기인 ‘해담과 해온’은 정부 보유 물품 중 가장 값비싼 물품에 해당할 정도다. 기상청 예보관들은 “슈퍼컴퓨터가 도입되면서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계산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경험으로 축적된 예보관의 날씨 예측 노하우로 최종 예보 결정=최첨단 기계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극한 기상변화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실적 한계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따라서 각종 장비를 통해 도출된 자료를 해석하고, 최종예보를 결정하는 예보관의 역량은 정확한 기상예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예보분석관은 슈퍼컴퓨터가 내놓은 결과치에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 과거 통계자료 등을 더해 예보의 정확성을 추구한다.
기상청 김성묵 예보관은 “슈퍼컴퓨터는 계산기의 하드웨어에 해당한다. 컴퓨터를 통해 도출된 관측값이 100% 다 사실을 반영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결국 예보관들이 회의를 통해 각자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종 예보를 결정하게 된다”고 전했다. 김 예보관은 또 “기술이 발달하면서 정확한 기상예보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그만큼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또 과거에 없던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정확한 예보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예보시스템 진일보에 따른 국제적 노하우 공유=과거 우리나라 기상청은 일본의 기상위성자료를 30분 간격으로 받아 이를 참고해 기상예보를 했다. 하지만 2010년 6월 27일, 천리안 위성을 띄우면서 미국, EU, 일본 등에 이은 세계 7번째 기상위성 보유국이 됐다. 이후 8분 간격으로 한반도를 집중 관측할 수 있게 되면서 돌발적인 기상변화를 빠르게 감시할 수 있게 됐다.
천리안 위성자료를 수신하고 분석하는 국가기상위성센터는 군, 방송국, 재난안전기관 등 18개 유관기관이 활용할 수 있도록 자료를 배포하고 있으며 이 자료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30여개 국가도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기상청은 현재 11개 국가, 3개 국제기관과 기상협력 약정을 체결하고 기상기술, 인력, 정보를 교류하며 공동 연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청이 자체 위성을 보유하고 있고 2010년부터는 영국모델을 도입해 기상 예보를 하고 있다. 또,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에 의해 생산되는 자료들을 참고하면서 기상 예보 수준이 진일보하고 있다”고 현황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제는 우리나라의 선진예보시스템을 다른 나라들이 배워가는 수준에 이르렀다. 선진예보시스템이란 쉬운 예보, 날씨 정보의 생산 및 유통 일원화 등이 전제돼야 한다. 이 관계자는 “수치 예보 등 우리나라 기상 기술이 현재 세계 6위 정도다. 과거 우리나라가 일본 데이터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동남아시아 등 개도국이 우리나라의 기계와 장비, 노하우 등을 배워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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