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가 삼성전자 특허에 대해 애플의 침해를 최종 인정하면서 지난 2년간 특허 소송에서의 양사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게 됐다. 그동안 ‘카피캣’이란 오명을 씌우며 삼성전자를 공격했던 애플은 졸지에 자국에서 특허를 베끼는 기업으로 전락했다. 이로써 애플은 조세회피 논란과 함께 특허 침해 판정까지 받으며 혁신으로 상징되는 기업 이미지에 크게 먹칠하게 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새너제이법원의 일방적 패배를 설욕하는 동시에 지금까지 특허소송에서 발목을 잡았던 표준특허 굴레를 벗어났다. 나아가 표준특허를 보유한 기업의 권리가 더욱 보호받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승자박 애플, 삼성에 되로 주고 말로 받다= 이번에 ITC 최종 침해 결정으로 애플이 미국에서 매출 감소 등 정량적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제소했던 아이폰4S는 수입금지 대상에서 벗어났고, 아이폰4나 아이패드2 등은 재고 정도만 판매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특허침해에 따른 영향은 다소 미미하다.
애플이 받는 더 큰 타격은 그동안 제기했던 주장과 논리가 일시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애플은 삼성전자 특허 소송 공격에 대해 표준특허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프랜드(공정하고 합리적, 비차별적으로 특허 제공)원칙에 위배된 남용이라고 강조해왔다. 이 같은 논리에 따라 지난해 8월 미국 배심원이나 유럽 법원들은 삼성전자가 제기한 표준특허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도 올싱스디지털의 ‘D11 컨퍼런스’ 인터뷰에서 특허소송에 대해 “표준특허 이슈를 저변에 확대시킨 것이 여러 산업 분야에 이득이 됐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구글을 상대로 진행한 특허 소송을 통해 표준특허 이슈를 부각시킨 점이 소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ITC 결정으로 이 같은 애플의 주장은 여지 없이 꺾이게 됐다. 특히 2011년 4월 애플이 미국에서 삼성전자를 제소하면 시작한 특허 공격이 부메랑이 돼서 돌아왔다. 쿡 CEO는 ‘소송은 좋아하지 않지만 베끼는 것 또한 원치 않는다’라고 언급했는데 되레 애플이 베끼는 기업이 됐다. 나아가 자사 제품을 본국에 들이지 못하게 되는 치욕까지 당하는 꼴이 된 셈이다.
▶권토중래 삼성, 1년전 패배를 두 배로 갚다= 지난해 8월 미국 1차 본안소송에서 배심원의 일방적 결정으로 10억5000만 달러의 손해배상 판정을 받았던 삼성전자는 이번 ITC 판정으로 애플에 설욕했다. ITC에 애플이 자사 특허 4개를 침해했다고 제소했을 때 최초 비침해 판정을 받았지만 재심사를 관철시켰던 삼성전자는 최종 판정이 5번이나 연기된 끝에 애플 침해 판정을 끌어냈다.
ITC가 최종 판정을 앞두고 애플 제품 수입을 금지할 경우 공익에 미칠 영향 조사에 나서고 미국 상원 의원들이 ITC에 표준특허 관련 신중하게 판결해야 한다고 반(半)압박의 요구까지 했지만 ITC는 결국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그동안 표준특허를 남용해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애플 중심의 일부 비난을 깨끗이 씻게 됐다. 더욱이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는 미국에서 애플을 상대로 표준특허 권리를 확고히 관철시켰다는 점에서 향후 삼성전자는
표준특허 권리보호에 큰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특허 전문가는 “이번 ITC 판정으로 삼성전자는 물론 모토로라모빌리티 등 표준특허를 보유한 기업들이 향후 애플과의 소송에서 보다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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