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호령했던 ‘미실’(MBC 선덕여왕), 불의와 투쟁한 티끌 없는 ‘서혜림’(SBS 대물)을 지나 고현정이 새로 걸쳐입은 옷은 초등학교 교사다. 딱 떨어지는 긴 단발머리, 표정없는 눈빛이 익히 봐오던 다정한 선생님의 모습이 아니다.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에게 차별대우를 하는 것은 당연한 사회의 규칙”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가르치는 여교사다. 배우 고현정(42)이 MBC 새 수목극 ‘여왕의 교실’(극본 김원석 김은희, 연출 이동윤)로 시청자와 만난다.
고현정에겐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리메이크작의 한계를 벗고, 틀에 박혀 있던 국내 교육현실을 뛰어넘어 공감대를 이끌고, 40대 여배우 파워의 한 수를 보여주고 떠난 ‘김혜수’의 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그것이다.
▶일드 ‘여왕의 교실’=지난 2005년 7월 일본 NTV에서 방영됐던 아마미 유키 주연의 ‘여왕의 교실(女王の敎室)’은 국내 드라마 마니아에게도 익히 알려진 작품이다.
평범한 소재로 스토리의 방향을 비트는 일드의 매력은 이 드라마 안에서도 여실히 살았다. 초등학교 6학년생들을 쥐락펴락하는 여교사는 교실 안 여왕을 넘어 ‘신적인 존재’처럼 묘사된다. 반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어 학생들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도, 잘못을 저질렀을 때도 원더우먼처럼 등장하곤 한다. 일드가 그려낸 여교사의 모습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이동윤 PD 역시 “일드의 원작을 본 뒤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학원물도, 한국적인 정서도 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드라마의 과제이자 돌파구다. 신선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의 교육현실을 정조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허무맹랑해 현실감이 떨어질 수 있는 ‘일드의 정서’를 보편타당한 인물로 만드는 것이 고현정의 몫이 됐다.
▶대한민국 교육현실=초등학교 6학년 시절, 그때 우리는 파릇파릇 자라나갈 희망찬 미래를 배우고,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익혔다. 그 시절 만나왔던 보편적인 교사의 모습은 이 드라마에는 없다.
드라마에서 고현정(마여진 역)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가르친다. 1등만이 살아남는 ‘더러운 세상’으로 치부되는 경쟁사회,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은 낙오자라며 열패감을 조장하는 이 사회의 쓴맛을 가르친다.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동윤 PD는 드라마에 대해 “2013년 대한민국의 교육현실과 사회현실을 반영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간의 교육현실을 보란듯이 비꼰 드라마를 통해 또 다른 ‘사회적 공감대’의 틀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초등교육에서 아무리 희망을 가르쳐도 냉혹한 세상은 인재도 둔재로 만드는 성과 지상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우리를 돌아보겠다는 것이다.
결국 ‘악마교사’ 고현정에게서 진짜 ‘스승의 은혜’를 배워가는 방향으로 드라마는 끝을 향한다. 지금 그 완벽한 귀결을 향한 첫 걸음이 고현정의 어깨에 달려있다.
▶‘직장의 신’ 김혜수=김혜수를 ‘연기의 신’ 자리에 올려놓은 ‘직작의 신(KBS2)’과 ‘여왕의 비밀’은 닮은 점이 많다.
일드 원작, 전지전능한 신처럼 묘사되는 황당한 역할, 그 인물이 드라마의 중심이 된 이른바 ‘캐릭터 드라마’라는 것이다. 두 편의 드라마가 내려앉은 지점은 현실이라는 점도 같다.
고현정의 과제는 여기에 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김혜수와의 비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원작의 의미’를 살려 한국의 교육현실을 반영하는 교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로써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나가야하는 짐을 안았다. 사실 그것이 김혜수의 힘이었다. 비현실적 캐릭터로 ‘계약직 현실’을 보여줘 수많은 ‘을의 반란’을 불러오고,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원더우먼 ‘미스 김’을 다시 ‘현실’ 안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다.
이동윤 PD는 고현정에 대한 기대가 높다. 드라마의 기획 당시부터 “고현정은 캐스팅 1순위였다”고 말한 만큼 자신의 매력을 살린 ‘색다른 캐릭터’를 얼만큼 소화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승패도 갈릴 전망이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제공=MBC
shee@heraldcorp.com
![‘중위소득 70%’에 발목 잡힌 기초연금 개편…소득 보장 실효성 낮고 재정부담 가중[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67992ac2e89a4eddbffab50b901154f7_T1.jpg?type=h&h=240)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