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그녀는 시대의 산물이 아닌 시대를 만들어낸 인물이었다”
냉혹한 현실을 정면 돌파해나간 뛰어난 리더십의 표본으로 꼽혔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8일 타계했다. 21세기 최고의 리더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는 그녀가 이 시대 더욱 추앙받는 것은 바로 위기관리 리더십 때문이다.
1979~1990년 세 차례 총리를 연임한 대처는 냉전 시대에 강력한 시장자유주의와 애국주의를 강조한 ‘대처리즘’의 지도자로 유명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에서 ‘대처 르네상스’가 불고 있다면서, 안보와 경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일본 등의 새 지도자들이 대처리즘에서 해답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력한 리더십 ‘대처리즘’=대처 전 총리가 집권한 시기 영국은 심각한 ‘영국병’을 앓고 있었다.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바닥을 맴도는 경제성장률 등으로 국가 발전이 꽁꽁 묶인 상태였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원조 복지국가가 경제난과 만성화된 파업, 고실업, 무거운 세금 등으로 속절없이 추락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파업 열병’이었다. 특히 1979년 겨울에는 병원, 미화원, 운수업체 노동자들이 사상 유례없는 장기 파업을 강행하면서 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정부에 대한 불신은 하늘을 찔렀다.
대처 전 총리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노조 와해에 나섰다. 1984년 ‘아서왕’ 아서 스카길이 이끄는 석탄노조와 1년여 대치 끝에 항복을 받아냈다. 탄광노조에 대한 승리는 대처리즘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 받는다.
이 과정에서 대처의 과도한 강경 대응이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경제의 발목을 잡던 탄광노조가 결국 강력한 개혁 의지에 무릎을 꿇게 되면서 영국 경제 대수술이 가속화 됐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 외에도 교육·의료 등 공공분야에 대한 대폭적인 국고 지원 삭감 등 획기적인 정책을 양보없이 밀고 나갔다.
대처리즘은 1980년대 국제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국가는 스스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일을 할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능력개발 국가(enabling state)’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다.
이와 함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옛 소련을 제압해 냉전 종식을 이끌어 낸 인물로도 꼽힌다. 대처 전 총리는 유럽에 크루즈 미사일과 퍼싱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해 공산 정권의 붕괴를 가속했다.
▶아시아에 부는 ‘대처 스타일’=최근 우리나라 정가에서는 대처의 리더십과 위기 극복을 열공하고 있는 분위기다. 여성 지도자라는 것과 원칙주의자라는 점 등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다. 박 대통령도 오래전부터 소신이 확고한 데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대처를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으로 꼽아왔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도 “영국의 대처 총리가 영국병을 치유해서 새로운 도약을 이룩한 것처럼 대한민국이 앓는 중병을 고쳐놓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 역시 대처 사랑을 읊어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8일 연설에서도 대처 회고록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지난 1월에는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대처의 삶을 토대로 한 ‘철의 여인’이라는 영화를 보고 감동해 울었다”고도 했다. 2006년 발간한 저서 ‘아름다운 나라를 향하여(Toward a Beautiful Nation)’에서는 5쪽에 걸쳐 대처의 영국 교육 개혁을 찬양했다.
WSJ는 “아시아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중에 대처가 보여줬던 애국주의와 반공주의가 한국과 일본 지도부에 영감을 주고 있다”면서 “대처가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영국 경제를 침체의 늪에서 건져냈다는 점도 경제를 부양하려는 두 지도자에게 공감을 낳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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