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ㆍ이현정 기자] 지난해 4월 대전 성남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A 양과 B 양이 10일 이상 등교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청각장애가 있는 A 양과 B 양은 수화 통역을 통해서만 수업을 들을 수 있는데, 수화 통역 담당의 특수교육 보조원의 수화가 익숙치 못해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이에 이들은 학교와 관할 교육청에 전문 수화 통역사를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등교 거부로 소리 없는 항의를 해야만 했다.

청각장애인들이 기본언어인 수화를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2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청각장애 학생은 3744명에 달하지만 학교에서는 수화에 대한 조기교육조차 이뤄지지 않아 가정이나 지인을 통해 습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청각장애학생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학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15개 청각장애인 특수학교 교원 391명 가운데 수화통역자격증 취득자는 24명으로 6.1%에 불과했다. 15개 학교 가운데 3개 학교는 수화통역자격증을 보유한 교사가 1명도 없었다.

일반학교에 다니는 청각장애학생은 더 큰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수화통역자격증을 가진 교사는 고사하고 수화를 할 줄 아는 교사도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서울시내 일반 초ㆍ중ㆍ고등학교에 다니는 청각장애학생 118명 가운데 수화를 배운다고 응답한 학생은 2명(1.7%)밖에 되지 않았다. 수화를 병행한 수업을 받는 학생은 단 1명(0.8%)이었다.

기본권인 교육이나 의사소통 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는 청각장애인들은 수화를 공식 언어로 인정하는 ‘수화언어기본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를 공약으로 수용했고 오는 11월 정부는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통과될 지는 미지수다.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정책실장은 “수화언어기본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유명무실한 법이 될 수도 있다”며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률이 마련되고 청각장애인들의 권리가 향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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