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02회> 총칼 없는 전쟁 42
HY 훌 푸드의 첫 번째 임원 회의는 고지광고용 꽃미남 모델을 선정하기 위한 안건 하나를 처리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 이외의 여러 가지 현안들은 모든 임원들이 알아서 챙기라는 명령이 뒤따랐을 뿐이다. 이 얼마나 간단명료한 회의인가. 회의시간을 정해놓고 질질 끌면서 주절 주절이 떠드는 타 회사의 경우에 비하면 혁신이나 다름없었다.
대표이사로서 처음으로 회의를 주재한 신희영도 마음이 뿌듯했다. 권력의 맛이 이토록 달큰하다니…. 하지만 아까부터 눈엣가시처럼 걸리는 사람이 있었다. 얼렁뚱땅 임원회의에 참석하긴 했지만 마땅한 보직이 없어서 슬슬 눈치만 보고 있던 강준호의 꼬락서니가 영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강 프로님.”
“왜요? 신 여사, 아니… 신 회장… 님.”
“회의를 주재하는 동안 문득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어요. 내 아들 호성이를 위한 일인데 곰곰 생각해보니 강 프로님이 적격자더라고요.”
“자제분을 위한 일이… 뭘까요? 궁금합니다. 회사 경영이라든지 재정에 관여하는 일은 아닌 모양이지요?”
“그런 고차원적인 일은 한승우 이사에게 맡길 테니까요… 강 프로님은 우선 내 아들 호성이를 돌봐주는 일부터 신경 쓰세요.”
소위 준비된 대표이사이기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오랫동안 계획했다는 듯이 강준호가 처리할 일에 대하여 주저 없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준호는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한승우 이사’라는 호칭을 듣는 순간 하늘이 노래졌기 때문이었다.
“호성이가 위험천만한 곳으로 떠난다는데 혼자 달랑 보낼 수는 없잖아요? 그동안 그 애를 얼마나 애지중지하며 키웠는지 강 프로님도 잘 아시지요? 여태껏 손톱자국 한 번 나본 적이 없고, 반창고 한 번 붙여본 적이 없는 앤데… 다치면 어쩌려고 그 위험한 짓을 하나 몰라, 얼간이 같은 녀석.”
“고차원 적인 일은… 한승우 이사가 맡는다고요?”
“그러니까 강 프로님이 그 애를 돌봐달라고요. 당장 팀을 꾸려서 구급약품, 보약, 김치… 등등을 가득 싣고 호성이를 따라가세요.”
“으흐… 한승우가 이사로 승진했단 말이지요?”
동문서답, 신희영은 A4용지에 요점을 적어가며 설명했고 강준호는 탁자 밑으로 구두코만 내려다보며 딴 소리를 할 뿐이었다. 이를 테면 강준호는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사냥이 끝나면 그동안 애써왔던 사냥개를 삶아먹는다고 했던가? 그녀를 HY 훌 푸드의 대표이사로 앉히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눈물겹도록 떠오르건만…
“누군 승진시키고, 누군 밖으로 내쫓으려 한단 말이지요?”
그녀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하던 강준호가 두 눈을 껌벅이며 이렇게 되물었다. 하지만 곧바로 그녀의 다그침이 앙칼지게 들려올 뿐이었다.
“내쫓긴 누굴 내쫓아요? 그 사람 참 옹졸하네. 이번 임원인사에서는 전문성을 강조했다고 몇 번이나 말했어요? 앞으로도 우리 회사에서는 낙하산 인사란 절대 없을 거라고요. 잔말 마시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내가 옹졸하다고요?”
강준호는 그러나… 더 이상 반항할 수도 없었다. 그나마 삶아 먹지는 않을 모양이니 쫓겨나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셈이었다. 이미 사냥이 끝났으므로.
“좋습니다. 그럼 이 방법은 어떨까요? 내친김에 강유리 선수도 동행시키자는 겁니다. 원래부터 신 여사… 아니 회장님께선 자제분을 골프선수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는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마지막 반전의 기회를 노리기 위해 히든카드를 꺼내들었다. 알리바바 더보기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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