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사이버 공간을 사수하라’

버튼 하나로 한 나라를 순식간에 초토화시킨다. 이곳은 인명 살상없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리는 전장이다. 바로 지구촌을 엄습하고 있는 사이버전쟁의 맨얼굴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크고 작은 해킹 공격은 꾸준히 있어 왔으나 최근들어 정부기관과 언론사, 심지어 금융망에 이르기까지 해킹 시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사이버전쟁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는 이미 전쟁을 방불케할 정도로 사이버 공격이 빈발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강국인 미국과 중국은 사이버 테러의 배후세력으로 서로를 지목하면서 갈등의 골을 키우고 있다. 사실상 G2는 사이버공간에서의 이미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화되는 G2의 사이버 갈등= 미국에서는 1월 말 이후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과 페이스북과 애플 등의 정보기술(IT)기업이 해킹당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에너지부와 법무부 등 정부부처도 해킹 피해를 봤고 오바마의 부인 미셸의 금융정보가 누출되는 사건도 있었다.

미국은 최대 경쟁 국가로 떠오르는 중국을 이같은 해킹의 근원지로 꼽고 있다.

지난 1월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언론사들은 해킹을 당한 후 중국군의 소행임을 의심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NYT는 “인민해방군 61398부대가 중국의 해킹 거점”이라며 부대명까지 직접 언급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에 일어난 해킹 공격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것”이라며 “사이버 전쟁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미국 정부는 중국을 염두에 둔 사이버 테러 방어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사이버 사령부인 국가안보국(NSA)의 케이스 알렉산더 국장은 12일 상원에서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 국방부 내에 사이버 공격력을 갖춘 부대를 창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사이버 보안강화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이같은 주장에 발끈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이 피해자라며 미국발 해킹 의혹을 제기하며 역공을 펼쳤다. NYT 보도 이후 주미중국대사관은 즉각 성명을 내고 “컴퓨터 해킹과 중국 정부는 관련성이 없다”며 “중국에서도 해킹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반박했다. 중국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도 엄연히 해킹의 피해자”라며 “2012년 한 해 동안에만 1400만대 이상의 컴퓨터가 공격을 받았으며 공격 진원지는 대부분 미국”이라고 말했다.

신임 총리에 오른 리커창(李克强)은 심지어 17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조차 “중국과 미국은 사이버 보안과 양국 컴퓨터시스템에 대한 해킹을 둘러싸고 서로 근거 없이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미ㆍ중 양국 정상들의 대화에서도 사이버 테러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선출을 축하하는 전화 통화에서 양국 간에 사이버 안보문제가 비중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을 방문중인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도 20일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과 만나 해킹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사이버전쟁 시작=국가 주요 기반시설과 정보가 정보통신망에 의지하면서 사이버 공격은 한 나라의 최대 안보 위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달 하순에는 체코와 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와 나토 컴퓨터가 동시에 공격을 받기도 했다. 포르투갈과 루마니아 역시 공격 목표가 됐던 이 사건은 여러 나라를 한번에 공격했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일이었다.

러시아 보안업체 카스퍼스키 랩(Kaspersky Lab)과 헝가리의 크라이시스(CrySyS) 연구소에 따르면 해커들은 터키와 파나마에 있는 2개의 서버를 활용, 이른바 ‘미니듀크’(MiniDuke)라 불리는 악성 소프트웨어에 감염된 PDF 파일을 이메일에 첨부하는 신종 해킹이었다.

나토 역시 이날 같은 방식의 해킹 공격을 받았으며 회원국들에도 관련 내용을 알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사이버 공격이 정부기관의 컴퓨터를 노렸으며 해킹 방식도 매우 정교한 만큼 해커들의 배후에 특정 국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금융기관에 대한 해커의 공격은 그동안 빈발했으나, 최근 각국 중앙은행들이 타겟이 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 6일에는 체코 중앙은행이, 11일에는 호주 중앙은행이 각각 공격을 받았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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