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기는 그야말로 다재다능하다. 어린 나이 모델로 데뷔했으며, 단막극을 통해 배우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에서 김혜수와 파격적인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단번에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는가하면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 ‘퀵’에 연달아 출연하며 스타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또 직접 노래를 부를 정도로 음악적 재능도 풍부하다.
동시에 대표적인 ‘누나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김혜수, 강예원, 손예진 등 늘 연상의 여배우와 호흡을 맞춘 그는 달콤한 매력으로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 그런 그가 ‘연애의 온도’를 통해 ‘누나’들의 환상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찌질하기 그지없는 남자 동희로 분했다.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쿨한 척 하다가도 강한 집착을 보이는가하면 어려움 끝에 다시 만난 여자친구를 홀대한다. 현실적이다 못해 밉상이다. 그렇지만 귀엽다. 어설픈 동희의 행동은 모성애를 자극하기도 한다.
# 말랑말랑한 멜로, 탈피하고 싶었다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물을 주로 해왔던 이민기. 내심 남성적인 매력을 어필하고 싶었던 모양새다.
“사실 ‘오싹한 연애’ 이후에 남자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여자랑 감정을 나누는 말랑말랑한 것 말고요. 장르가 달려도 파트너 분들이 연상인 건 같기 때문에 체감적으로 비슷했거든요. 그러던 찰나에 ‘연애의 온도’ 시나리오를 보게 됐죠. 근데 이건 다른 거예요. 멜로지만 ‘말랑말랑’한 연애물이라 할 수 없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오싹한 연애’도 독특했던 것 같네요.(웃음)”
단순하고, 다혈질인 동희와 은근히 많이 닮았다.
“친구들이랑 있으면 그런 모습이 나오죠.(웃음) 이 시나리오를 보고 공감을 많이 했었던 게 제 주위에 동희 같은 친구들이 있거든요. 공감도 많이 갔죠. 제 연애가 그렇다기보다는 인간의 감정이 잘 묘사돼 있잖아요. 사람들 간의 관계도 그렇고요.”
하지만 동희가 타인에게 의존적인 성향인 것에 비해 이민기는 자신의 신념을 믿고 따르는 편이다.
“트러블이 있는 사람과 얘기를 직접 하는 편이에요. 만약에 작품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한다면 제 오랜 매니저와 상의를 하죠. 괜히 개인적인 제 친구들에게 힘든 얘기들을 털어놓는 편은 아니에요. 위로가 안 되더라고요.(웃음) 힘들더라도 제 일은 제가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 같아요. 괜히 여기저기 얘기한다고 위로를 받는 게 아니라 구차해지더라고요.”
# 노덕 감독, 맥주 한 잔 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이민기는 스타 감독들과 자주 호흡을 맞추곤 했다. 그에 반해 이번 영화는 노덕 감독의 입봉작이다.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윤제균 감독님 같은 경우는 워낙 작업을 자주 하셔서 그런지 현장을 인솔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대단하세요. 스태프와 배우들이 아우러지는 분위기를 잘 형성하셨죠. ‘오싹한 연애’의 황인호 감독님이나 노덕 감독님은 자신이 집중해야 할 것에 더 집중해주시는 디테일함이 있죠. 섬세한 감성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그는 노덕이 여성 감독이고, 입봉작인만큼 이번 작업이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무래도 여성 감독님이잖아요. 물론 현장에서 남녀를 구분짓지 않는다지만, 체력적으로 남자들보다 약한 것은 사실이죠. 어떻게라도 좀 힘이 되드리고 싶은 것은 있었어요. 보통 남자감독님이면 ‘맥주 한 잔 하시죠’라고 말이라도 할 텐데, 여성 감독님이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가끔씩 술을 먹곤 했어요.(웃음)”
노덕 감독은 ‘리얼함’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 만큼 촬영 기법도 핸드헬드를 추구했다. 이민기는 “배우들도 힘들었지만, 촬영 감독님이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노고가 심했죠. 기술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서요. 카메라의 호흡도 중요하고, 배우들끼리 감정도 잘 맞아야 했죠. 뭐 하나만 안 맞아도 바로 NG인 거니까요. 그런 면에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장면이 대낮이여야 할 때 ‘해 떨어지기 30분 남았습니다’라는 말이 들리면 정말 미친 듯이 열심히 했죠.”
# 김민희, 알게 모르게 귀여운 그녀
극 중 이민기와 김민희는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녀로 분해 미친 듯 사랑하다가도 죽일 듯이 미워하는 커플의 진수를 선보인다. 실제 커플 버금갈 만큼 완벽한 두 사람의 호흡이 돋보인다.
두 사람이 결코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닌 만큼 촬영장 역시 ‘왁자지껄’하지는 않았을 터.
“하하. 그렇죠. 그런데 뭐 말이 없는 걸 서로 어색해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왜 약간의 침묵도 어색한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데 민희 씨나 저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어요. 또 촬영 전에 자주 만났기 때문에 많이 편해졌죠. 촬영 끝나고, 같이 홍보활동 하면서 더 편해진 것 같아요.”
대중들에게 차갑고 신비로운 이미지로 각인된 김민희. 그런 그를 이민기는 “귀엽다”고 했다. 그는 “민희 씨는 가만히 보면 아기같은 얼굴이 있다”며 털털하게 웃어 보였다.
김혜수, 강예원, 손예진, 그리고 김민희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연상녀’라는 것.
“실제 나이로는 그렇긴 한데 혜수 선배님을 제외하면 극 중에서는 거의 동갑이나 제가 오빠로 나왔죠.(웃음) 연상과 호흡하면서 불편한 점은 한 번도 없었어요. 오히려 더 편한 것 같아요. 어색하지만 않으면 된 거 아닌가요?”
# 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쉴 틈 없이 ‘다작’을 한 배우는 아니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이 무엇인지 아는 패셔니스타처럼 작품을 선정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패션, 음악에도 두각을 나타내며 이민기 자체의 입지를 넓히기도 했다.
“아직 제가 어느 정도까지 오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지금 여기가 시작지점인지, 아니면 한계치인지 말이죠. 다른 시도를 해봐야 알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작품을 하면서 다양한 장르를 만났다고 생각하는데, 그것 역시 객관적인 시선에서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과욕을 부리지도, 그렇다고 자신을 과대평가하지도 않았다. 자신 앞에 놓인 길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한 이민기의 또 다른 발전을 기대해본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자산가의 저력은 하락장서 나타난다…위기 속 기회 찾는 ‘힘’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31/news-p.v1.20260831.a0fa168d036d4658b6cb03a0502c0de4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