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화학적 거세’ 검찰청구 첫 수용 의미

약물치료·예방교육 병행을 일부선 “효과 없을 것” 반대도

법원이 미성년자 성폭행범에 대한 검찰의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 청구를 처음으로 받아들임에 따라 일명 ‘화학적 거세법(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본격적으로 적용하게 됐다. A 씨는 이에 따라 법원의 결정으로 화학적 거세를 받은 첫 사례가 됐다. 지난해 5월 아동 성폭력범인 B 씨가 국내 첫 화학적 거세 사례가 됐지만, 이는 법무부 산하 치료감호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 이었다.

‘화학적 거세’는 조두순 사건 등 아동성폭력 범죄가 잇따르자 2010년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 후 2011년 7월부터 시행됐다. 현행 법률은 16세 미만 대상 성범죄자에게만 약물치료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오는 3월 19일부터는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성도착자 중 재범의 위험이 있는 범죄자에 대해 적용하게 된다.

강호성 법무부 보호관찰과장은 “성충동 약물치료는 성충동이 너무 강해 도저히 억제할 수 없는 사람에게 치료적 개입을 통해서 도와주는 의료행위”라며 “실제 보통 사람에 비해 성적 의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당연히 성충동 약물치료를 통해서 본인은 물론이고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이번 판결의 의의를 평가했다.

하지만 제도 적용에도 불구하고 화학적 거세에 대한 반대 입장 역시 여전히 존재한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폭력 문제가 여러가지 사회적ㆍ경제적 문제와 여성에 대한 인식이 결부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화학적 거세는 특정 개인의 신체 부위에 문제가 있다고 축소한다”며 “실제 미국에서도 화학적 거세나 전자발찌가 그다지 성범죄 감소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이 됐다”고 주장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지나 활동가 역시 “여성계에서는 굉장히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시행돼 마치 화학적 거세가 성폭력 문제를 해소하는 만능 수단인 것같이 인식되고 있지만, 향후 정말 실효성이 있는지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지적 때문에 일각에서는 화학적 거세와 병행할 수 있는 다른 성폭력 예방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충동 약물치료는 일시적으로 충동을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구적인 방법은 분명히 아니다”며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가진 왜곡된 가치관과 잘못된 인식, 특히 피해여성의 고통에 둔감한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교육과 함께 병행해야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병국ㆍ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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