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지난 연말 지상파 3사의 연기대상을 받은 배우는 손현주, 김남주, 조승우다. 첫 드라마 출연으로 연기대상을 받은 조승우를 예외로 치면 손현주와 김남주의 수상은 중년 배우들의 연기 열정이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특히 손현주(47)의 대상 수상은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고 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21년 동안 묵묵히 연기 장인의 길을 걸어온 진정한 중년 배우의 뚝심이 마침내 보상받은 것이다. 손현주의 연기대상 수상 기사에 달린 ‘서민이 대통령된 느낌이다’는 댓글이 그런 상황을 함축적으로 말해준다.
손현주는 소탈한 소시민 중년남자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극중에서는 주로 일상이 버거워 허우적대는 남자여서,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적응이 쉽지 않은 남자여서 더욱 더 서민들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다. 드라마 ‘추적자‘에서도 소시민 형사 느낌이 강하게 살아나 억울하게 당하고도 제대로 항변조차 못하는 서민들의 분노를 더 잘 대변할 수 있었다.
김남주(41)의 연기 인생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김남주는 MBC 기분좋은날’에 출연해 “3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고, 연기 신인 시절도 힘들었다”고 밝혔다. 지금이야 세련된 미시족, 화려한 패셔니스타의 이미지를 가진 김남주도 20년간의 연기생활의 굴곡이 심했음을 힘들게 털어놨다. 오랜 연기 공백기도 겪었다.
방송국 연기대상이 만들어진 지 얼마되지 않았던 80년대 후반만 해도 임동진, 김용림, 반효정 등 중년 연기자에게 연기대상을 수여했다. 이들은 당시에도 4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였다.
그러던 연기대상이 톱스타를 우대하는 것으로 바뀌어져 갔다. 톱스타라고 연기대상을 주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시청률이 잘나온 드라마에 출연했던 톱스타에게 상이 자주 주어져, 스타성은 떨어지지만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줘 시청자를 감동시킨 중년 연기자들은 불리했던 게 사실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고두심, 김혜자 등 나이 많은 배우에게 연기대상을 준 사례가 간혹 있었지만 주연을 쉽게 맡는 스타가 대상을 받아간 비율이 이보다 월등히 높다.
연기대상은 스타건, 스타가 아니건 좋은 연기로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고 캐릭터의 특성을 잘 부각시킨 연기자에게 가야 한다. 하지만 회당 출연료로 수천만원을 받는 톱스타가 유리하다면 뭔가 잘못돼 있다. 단역부터 출발해 오랜 기간조연을 맡았던 손현주는 어떤 캐릭터가 주어져도 현실적인 느낌을 살려내는 등 뛰어난 연기력을 갖추고도 스타가 아니어서 출연료도 적었고, 시상식에서도 홀대받았다.
그런 점에서 손현주와 김남주의 대상 수상은 스타성보다 연기력과 감동이 더 중요해졌다는 반가운 현상이자 ‘희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손현주의 경우 대상을 받을 만한 사람에게 갔는데도, 상을 준 SBS에 새삼 고마움이 느껴지고 짠한 느낌까지 드는 건 아직 연기대상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체감적 현상 아닐까.
어떤 분야에 가도 세상을 발전시키는 사람은 손현주처럼 화려한 조명을 받지는 않아도 묵묵히, 그리고 죽기 살기로 일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래서 손현주의 대상 수상은 덤으로 서민들에게 조그만 위로가 될 수 있었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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