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2013’, 큰 반응 나온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 KBS 월화극 ‘학교 2013’라는 드라마는 감동과 재미가 있는데다 유익하기까지 하다. 시청자들은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아이와 교사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연장방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교 2013’가 시청자에게 큰 반응이 나온 것은 요즘 고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을 포착하면서도 드라마적 장치와 구성을 적절히 가미했기 때문이다. 그 흔한 러브라인 하나 없고, 각자의 방송분량도 고만고만하다. 주인공 학생이라 할 수 있는 고남순(이종석 분)과 박흥수(김우빈)는 대사도 별로 없다. 하지만 그 어떤 청소년 드라마보다 울림이 크다.
이 드라마의 미덕은 학생이나 교사나 완전하지 못한 존재여서 학생 간, 교사 간, 학생과 교사 간, 교사와 학부모 간 서로 부대끼고 때로는 갈등하고 아파하면서 성장과 성숙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이다. 불량학생에 대한 교사의 선도방식, 교사의 수업방식에 대한 학생들 간의 이견, 불량학생과 공부하는 학생 간의 갈등, 공부하는 학생들의 내적 고민 등 이견과 차이와 갈등이 존재하지만, 해답을 정해놓지 않고 서로 해결방법을 찾아나가는 방식이 시청자의 마음에 들게 했다. 매회 한 가지씩 생각하게 만든다.
이미 괴물이 되어버린 학교의 속살을 들여다보면서도 그 상처와 아픔을 직시하면서 동시에 희망과 미래의 가능성을 엿보려고 한다. 정인재 교사(장나라)가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시(詩).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흔들리지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에 드라마의 지향점이 실려있다.
‘학교 2013’ 속 고교는 1999년 방송된 드라마 ‘학교’와는 많이 다르다. 당시 청소년 드라마는 한마디로 말하면 ‘어른들은 몰라요’다. 부모 세대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자신만의 내밀한 고민과 세계를 특징으로 했다. 이는 풋풋한 ‘옥림이’의 성장을 보여주며 고아라를 스타로 탄생시킨 ‘반올림’ 시리즈(2007년 종영)와 고교생 학부모의 치맛바람을 보여주었던 ‘최강 울엄마’(2007년)까지 이어졌다.
이번 ‘학교 2013’ 속 세계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어른들이 이해하기 힘든 그들만의 세계를 그리지는 않는다. 어른 세계의 살풍경한 모습이 그대로 학교에 들어와 있다. 부모와 교사 등 기성세대가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컨트롤하지 못할 뿐이다. 노는 애들은 불량하지만, 공부하는 애들도 독하다. S대 지망생인 우등생 송하경(박세영)은 강세찬 교사(최다니엘)에게 “선생님은 저에게 공부만 가르쳐주면 되요”라고 말한다. ‘옥림이’는 풋풋하고 귀여웠지만 ‘학교 2013’ 속 학생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 한마디로 살벌하고 험악하다.
하지만 ‘학교 2013’은 승리고교 2학년 2반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 등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답을 찾아가게 만든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우선시하는 ‘이상주의자’ 정인재 교사와 대입을 위한 효용성 강화에 치중하는 ‘실용주의자’ 강세찬 교사는 처음에는 서로 큰 차이를 보이는 듯했다. 정인재가 학교에 오지 않는 오정호(곽정욱) 등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반면, 강세찬은 “대학 안 갈 사람은 내 수업에 들어오지 말라”고 말했다. 정인재가 내신형 모둠 수업을 하고, 강세찬은 수능형 수업을 실시하며 서로 대립하는 듯했다.
두 사람의 교육방식은 누가 맞고 틀렸는지를 확정짓지 않는다. 정인재의 수업방식에 동의하면서도 현실에 비춰보면 강세찬의 수업방식을 더 지지하고 싶어지는 게 학부모의 심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세찬은 학력고사평가의 결과를 책임지고 짐을 싸는 정인재 교사에게 “당신이 내가 그토록 되고 싶었지만 될 수 없었던 교사였다”라며 붙잡는 장면은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데 있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기간제 교사를 윽박지르며 회사처럼 학교를 끌고가는 교장 임정수(박해미)와 소신 없이 교장의 기분을 맞추는 우수철 교감(이한위)도 있지만, 강한 카리스마에 희생적이고 성실한 엄대웅(엄효섭)과 인자한 노교사 조봉수(윤주상)도 있어 덜 숨이 막힌다.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일진 사건으로 ‘원수’가 된 고남순과 박흥수가 화해하고 다시 친구가 되는 과정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요즘 학부모 이기는 선생이 어디 있어요”라는 대사가 실감나는 가운데 민기(최창엽)의 ‘스펙’을 쌓아주기 위해 편법을 마다하지 않는 민기 엄마가 방송사 PD를 원하는 민기에게 신문방송학과를 보내라는 교사의 말에 “경영대에 가도 PD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공감 백배의 대사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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