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9회> 붉은 태양을 따라서 38

하와이 코-올리나 골프장에서의 바람 라운드, 프랑스 라제니 골프장에서의 누드 라운드, 남아공 레전드 골프장에서의 벼랑 끝 라운드… 강준호는 신희영과 이루었던 그 멋진 추억을 모두 짓밟아버리고 싶었다.

어디 그뿐인가? 백주대낮 몬테카를로 호텔 유리벽 욕실에서의 샤워섹스, 게리플레이어 CC 18번 홀 그린 위에서 몰래 감행한 새벽별 보기 섹스, 볼레로의 감미로운 박자에 맞추어 정사를 벌이던 리듬앤블루스 섹스… 생각할수록 아찔한 경험이었지만 이젠 그 모든 추억이 부질없다고 여겨질 따름이었다.

그는 새끼손가락 걸고 다짐했던 그녀와의 언약도 훌훌 날려버렸다. 아니, 짓밟아버린 셈이었다. 이제 그의 머릿속에는 유민 그룹의 부사장으로 등극하기 위한 전략만이 가득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여기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주저앉기에는 여태껏 쌓아 온 노력이 너무도 아까울 뿐이었다.

“이봐! 백광돌?”

마음에 비수를 품고 방법을 찾으니 속속 대안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강준호가 제일 먼저 떠올린 방법은 역시 파파라치 흉내내기였다. 혹시 신희영의 누드 라운딩 사진이 저장되어 있지는 않을까 하고 스마트폰의 사진갤러리를 뒤적이던 차에… 그는 뜻하지 않은 묘안을 떠올릴 수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그렇잖아도 축하전화를 드리려고 했던 참입니다. 드디어 신희영과 유민회장을 이혼시켰다고요?”

“그래. 하지만 일이 점점 꼬여가고 있어. 그래서 부탁하는 건데… 우리가 남아공으로 골프 치러 가던 날, 인도양 상공을 날던 비행기에서 벌어진 일 생각나?”

“아, 물론이지요. 그 사건을 어떻게 잊어버리겠어요? 그 파파라치 녀석… 유호성이 엉덩이 까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는 장면을 촬영해서 신문사에 보낸 모양입디다만, 헛물만 켰지요. 신문사 데스크가 그따위 쓰레기 같은 사진에 아랑곳할 리가 있습니까?”

“그 놈이 전송해준 사진… 아직 보관하고 있지?”

“그럼요. 컴퓨터에 다운받아서 잘 모셔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세요?”

“몇 장이나 보관하고 있어? 유호성 녀석과 내 딸 유리가 함께 찍힌 사진도 확실하게 보관되어 있나?”

“다섯 장이나 보관 중입니다. 둘이 함께 찍힌 사진이 석 장이고요… 형님 전화기에 전송해 드릴까요?”

“오케이, 땡큐! 전화기와 컴퓨터에 따로 전송해줘. 즉시 말이야.”

드디어 핵미사일 다섯 기를 보유하게 되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정면을 공격하기 어려울 때엔 돌아서서 측면을 공격하면 될 일. 엉덩이를 드러내고 강유리의 허리를 부여잡은 채 찍힌 이 사진이야말로 유호성 본인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터였다.

그는 이 사진을 히든카드로 사용할 요량이었다. 이 사진을 빌미로 유호성의 주식 10%를 꽁꽁 묶어둘 셈이었다. 만약 10%의 주식을 신희영에게 넘기는 날엔 즉시 이 사진을 유튜브에 올리겠노라고 협박하면… 유호성은 징징 울고 매달리면서 살려 달라고 하겠지.

유호성의 주식 10%가 없이는 신희영도 유민식품의 대표이사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 신희영은 유호성을 어르고 달래기에 여념이 없겠지. 꿩 잡는 게 매라고, 꿩을 직접 잡을 수 없다면 매를 풀어놓는 것도 훌륭한 방법 아니겠는가.

‘흐흐흐… 신희영! 네가 아무리 날뛰어도 소용없을 걸?’

이를테면 신희영의 치마꼬리를 유호성이 틀어쥐었고, 유호성의 상투꼬리를 강준호가 휘어잡은 셈이었다. 역시 매사엔 주도면밀함이 으뜸. 불현듯 떠오르긴 했지만 곰곰 생각할수록 주도면밀한 기획안임에 분명했다.

‘딩동댕동!’ 스마트폰이 차임벨 소리를 내는 걸 보니, 백광돌이 사진을 전송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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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