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고민을 안고 있던 군인 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국방부나 해당 부대가 이 사건을 해명한다. 군 사고가 일어날 때 되풀이되는 장면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지난 7일 오후 3시15분께 충남의 육군 모 부대 소속 A(24) 일병이 지하 보일러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16일 군인권센터에 의해 알려졌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A일병은 지난달 정기휴가 때 예정보다 하루 늦은 27일 복귀하면서 미복귀 이유에 대해 “(동성애 문제로) 자살하려다 포기했다”고 군 헌병대에 진술했고, 지난달 30일에는 국방부 ‘생명의 전화’에 실명으로 자살 시도를 털어놨지만 군 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방부 대변인은 17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내 브리핑룸에서 이 문제에 대해 해명에 나섰다. 언론 보도에 의해 알려진 내용이 사실과 다른 점이 있어 사실 관계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대변인은 군 당국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을 했다.
해명 내용 전문은 다음과 같다.
“해당 부대 대대장은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지난달 31일 첫 면담을 실시한 이후 총 7회 면담을 했다. 면담과정에서 병사는 비밀이 보장된 가운데 군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군의관 상담과 정신과 진료는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모님에게도 알리지 말 것을 요청했다. 대대장은 군생활이 힘들면 ‘현역복무부적합 심의’를 통해 전역하는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으나, 병사는 군생활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 병사는 실제로 대대교육병으로서 근무를 매우 잘해왔다. 비밀을 유지한 가운데 대대장이 직접 챙기면서 매일 상담과 관찰을 통해 특별 관리를 해 오던 중 그 병사가 갑자기 자살했다.”
문제는 이런 해명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증인인 당사자는 이미 사망했다. 한 쪽이 없는 상황에서 한 쪽 얘기만 듣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을 파악할 만한 실마리는 남아 있다. A일병 사망 후 현장에서는 A4 용지 16장 분량의 글이 발견됐다. 이 글에는 자신의 동성애 성향과 이에 따른 군대 적응 문제에 대한 고민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글 속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16일 육군 본부의 해명과 17일 국방부의 해명은 맥락도 다르다.
육군 관계자는 사건이 알려진 16일 “A일병이 휴가에서 늦게 복귀한 후 자살 시도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죽고 싶었다’고만 털어놨으며 부대는 전문 상담사를 연결해준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또 그 관계자는 “상담 결과 본인의 성 정체성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부대 변경 등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사자는 말이 없다. 국방부는 계속 해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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