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입성 꿈꾸는 가난한 세경 재벌남 승조에 모든 것 걸었지만 상처 입은 승조 다시 동굴속으로…
지앤의류 오너인 신인화의 부친 감정 메마른 ‘청담동 끝판왕’
세경이 복원해갈 잃어버린 사랑 시청자 납득시키는게 드라마 관건
종영을 앞두고 있는 SBS ‘청담동앨리스’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다. 기존의 캔디 드라마, 신데렐라 드라마가 제기하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사랑은 순수할 때 가치를 지니는 법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랑만으로 결혼하는 커플이 몇 퍼센트나 될까. 조건과 스펙을 따지고 혼수 때문에 파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사랑을 가장한 결혼 비즈니스를 실행하고 있는 한세경(문근영)과 이미 실행해 ‘지앤의류’가의 며느리가 된 서윤주(소이현)는 ‘꽃뱀’으로 간주된다. 꽃뱀이 별건가. 사랑이 아닌 돈을 보고 결혼하려는 여자가 꽃뱀이다. 사실 한국에서 여자건 남자건 꽃뱀은 도처에 존재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 정도면 시집 잘 가기 프로젝트라고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근데 돈 있는 사람들에게는 ‘꽃뱀’이라고 하지 않고 ‘정략결혼’이라고 한다. 용어가 달라지니 뉘앙스도 크게 다르게 와닿는다. 그래서 세경은 “그래, 나 꽃뱀이다. 근데 돈 있는 너(신인화)랑 나랑 다른 게 뭔데”라고 묻으며 맞선다. 왜 부잣집 딸의 정략적 사랑은 예뻐보이고 가난한 집 딸의 정략적 욕망은 추한 사랑이 돼버리는가? 드라마는 이 점을 묻고 있다.
한세경은 가난한 남자친구 소인찬(남궁민)을 순수하게 사랑했지만, 사랑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는 ‘삼포세대’(연애ㆍ결혼ㆍ출산 포기)의 비극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며 현실감을 더했다. 그리고는 부잣집 아들 차승조(박시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청담동 사모님’이 되려고 했다.
돈 많은 남자를 얻고 싶은 한세경은 충분히 현실적 캐릭터이긴 하지만 드라마로 납득시키기는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조건을 중시하는 사랑과 결혼을 하고 있음에도 이를 말로 표현할 때는 조금 달라지고, 드라마로 표현할 때는 조금 더 달라진다. 그래서 비현실적인 신데렐라 드라마들이 수없이 만들어져 왔는지도 모른다.
모든 건 재벌남 차승조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있다. 하지만 차승조는 사랑에 배신당한 뒤 사랑을 믿지 않는 ‘병자’다. 세경에게서 마지막 순수한 사랑을 보았던 승조가 결국 세경도 비즈니스 결혼이었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순간 살 수가 없다. 결국 세경이 사랑에 상처받아 마음을 닫아버린 차승조의 아픔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아직 세경의 의사 자격 시비가 일고 있다.
그런데 세경에게 승조를 빼앗기는 패배를 맛본 지앤의류의 막내딸 신인화(김유리) 팀장이 세경과 올케인 윤주의 실체를 폭로한 이후 보여주는 인화 가족들의 반응이 무척 흥미롭다. 뒤늦게 아들을 걱정하는 차일남 로얄그룹 회장(한진희)은 사업파트너인 지앤의류와 더 이상 일을 함께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지앤의류 오너인 신인화의 부친은 신인화에게 “그게 몇천억원짜린데. 니 감정 놀음에 몇천억을 소비하냐. 비즈니스하다가 상대가 파트너 바꾸면 진 거다. 그걸 왜 인정 안 해”라고 질책했다. 뼛속까지 사업과 결혼이 엮여있는 사고방식이다. 윤주의 순수하지 못한 결혼을 알고 시어머니와 남편이 당장 쫓아내려고 하자, 윤주의 과거를 이용해 로열그룹과 틀어진 사업에 이용하려는 시아버지는 ‘청담동’의 끝판왕인가.
이 드라마의 관건은 순수하지 않은 생각으로 청담동에 입성했거나, 입성하려는 한세경과 서윤주를 어떻게 시청자에게 설득시키느냐다. 이게 납득이 되어야 세경이 마지막 남은 사랑마저 잃어버리게 된 승조를 보듬어 안고 ‘윈-윈’할 수 있다. 돈을 최고로 여기는 신인화 팀장 아버지의 모습은 이런 전개에 설득력을 부여해 줄 수 있을까.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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