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행복의 조건’ 묻는 2편의 우화 영화 ‘남쪽으로 튀어’ ‘문라이즈 킹덤’
기존 규율에 맞서는 흥행필패 영화감독 해갑 ‘평균’ 중시하는 세상에 배울게 없다는 아이 자기들만의 ‘천국’ 찾아 탈출을 감행하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솔미파라솔’ 음계에 실린 광고문안 ‘생각대로 티’가 줄기차게 귀를 압박하더니 요새는 주문을 걸듯 ‘빠름, 빠름, 빠름’을 되뇌는 카피가 질리도록 들린다. 가히 최면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휴대폰으로 뭐든지 할 수 있고 새로운 통신망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강조한 광고인데, 조금 맥락을 바꿔보면 사뭇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상징하는 것 같다. 생각대로 하면 된다. 단 당신이 돈 많은 부자라면…. 현대사회에서 자유는 소비의 자유이며, 소비의 자유는 지갑으로부터 나온다. 빠름? 시간당 정보 전송 속도가 높아지고 용량이 커졌으니 좋아지긴 했다. 하지만 그에 맞춰 당신의 업무도 빨라지고 많아져야 한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과연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생각대로 소비할 수 있는 자유’와 남보다 빨리 가고 많이 얻는 것일까? 조금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을 만나보자.
먼저 한국 영화 ‘남쪽으로 튀어’(감독 임순례)의 최해갑(김윤석 분). 이 남자, 상당히 특이하다. 아내와 1남2녀를 둔 46세의 가장 최해갑은 문제적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는, ‘흥행필패’의 영화감독이다.
영화 속 그가 만든 작품은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다. 개인을 속박하는 모든 규율로부터의 자유. 그가 추구하는 가치다. 대학 다닐 때 별명이 ‘최 게바라’일 정도로 열혈 민주화 투사였던 최해갑은 국민연금을 필요 없다고 하고, 전기세 납부도 거부한다. 그의 선언이 호기롭다. “나, 국민 안 해!” 자식들에겐 “배워서 뭐하느냐”며 학교도 가지 말라고 하고, 감시당하며 살 수 없다고 동네 골목의 CCTV도 부숴버린다.
그 덕에 전기도 끊기고 재산도 압류당한 최해갑의 가족은 고향인 남도의 섬마을로 ‘튄다’. 물론, 세상 끝자락일 듯한 남도의 섬마저도 속도와 효율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고향 땅은 리조트 개발로 파헤칠 위기에 처하고 용역깡패를 앞세운 정치인과 개발업자가 섬에 들이닥치자 최해갑 가족은 ‘분연히 떨쳐’ 일어선다. ‘빠름’이 ‘느림’과 대결하고, ‘같음’을 강요하는 이들과 ‘다름’을 추구하는 주인공이 맞선다. 누가 이길까.
최해갑보다 자유로웠고, 최해갑보다 먼저 섬을 찾아 자신들만의 천국을 만든 맹랑한 꼬마들도 있다. ‘문라이즈 킹덤’(감독 웨스 앤더슨)의 주인공 샘(자레드 길먼 분)과 수지(카라 해이워드 분)다. 그들은 열두 살 동갑내기 소년과 소녀다. 다른 아이들과 달라 어울릴 수 없었던 소년과 소녀는 한눈에 운명을 느끼고 자신들만의 둥지를 찾아떠난다. 자유와 사랑을 위한 도피의 여정이다.
1960년대 중반 목가적인 분위기의 미국의 한 섬이 배경이다. 여름의 끝자락, 보이스카우트 캠프에서 야영 중이던 대원 샘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샘은 사고로 가족을 잃은 고아로, 매번 말썽을 피워 위탁 가정을 전전하던 처지였다. 보이스카우트 대원 중에서도 샘은 따돌림을 당해 친구가 없는, 이를테면 ‘문제아’였다. 샘의 실종과 함께 섬의 또 다른 가정에서 한 소녀의 가출 사건이 알려진다. 주인공은 수지였다. 부유한 가정, 부족할 것 없는 중산층의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친구라곤 라디오와 책, 고양이밖에 없는 외톨이 소녀. 알고 보니 두 소년 소녀의 실종이 우연히 아니라 계획적인 동반 가출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두 소년 소녀의 실종 사건은 섬을 발칵 뒤집어놓고 경찰과 보이스카우트, 사회복지사, 수지의 부모가 총출동된 수색ㆍ추격전이 벌어진다.
세상은 ‘평균’을 원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아이들다워야 한다고 가르친다. 평균적인 아이들이 가져야 할 덕목을 규율과 제도로 만든다. 여기서 벗어난 존재는 어른들에겐 ‘문제아’가 되고 아이들 세계에선 ‘왕따’가 된다. 샘과 수지가 그랬다. 두 소년 소녀는 스스로의 자유와 사랑을 책임질 줄 아는 성숙한 존재였고, ‘다름’을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를 가졌다. 영화 속 어른들은 세상에서 주어진 규율대로만 살 뿐 아니라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서도 무책임하다. 발칙하고 유쾌하며 유머러스하고 아름다운 ‘문라이즈 킹덤’은 맹랑한 꼬마들을 통해 ‘행복의 조건’을 묻는 우화다.
이제, ‘빠름 빠름 빠름’ 대신 ‘다름 다름 다름’을 노래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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