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7회> 총칼 없는 전쟁 (17)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N-DOS 단의 우두머리가 테러를 계획하고 있는지도, 권도일이 제 목숨 줄을 끊으려 하는지도, 현성애가 차량 전복을 위해 스트럿 바를 슬쩍 비틀어놓으려는지도… 모르는 채 유호성은 아직도 따악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A컵 사이즈 브래지어를 꽉 채우고 있던 강유리의 젖가슴이 시원하게 드러났을 때, 사실 그는 오금이 떨릴 지경이었다. 가만히, 요모조모 따지면서 보면 전혀 다를지는 몰라도, 얼핏 대면하게 되면 대부분 비슷하게 여겨지는… 동그란 젖가슴일 뿐이었지만 그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 만큼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예뻐… 예뻐도 너무 예뻐.”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만 있을 뿐, 손끝으로 미처 건드리지도 못하고… 비 맞은 스님처럼 중얼거릴 따름이었다.

“아이, 호성 씨. 그러고만 있으면 어떡해요?”

강유리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와 연애하기로 작정했던 터라 내숭을 떨 필요도 없었던 것인데… 문제는 유호성이었다. 단지 젖가슴만 맞닥뜨렸을 뿐인데 온 몸의 뼈마디부터 굳어오다니.

“그런데… 왜 이럴까? 유리 씨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겠어.”

그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이미 윗도리 단추를 풀어낸 마당에 그녀와 눈 마주치는 것이 무서워 단추를 도로 잠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잠깐 동안 이 헬멧을 쓰고 있어 봐요.”

유호성은 궁여지책으로 그녀의 머리에 드라이빙 헬멧을 덮어 씌웠다. 그런 뒤에 손바닥만이나 한 고글을 내려 덮으니 안성맞춤. 그제야 마음 편히 그녀의 젖가슴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슴을 여태껏 숨기고 있었다니…”

그는 이제야 마음이 안정되는 모양이었다. 여태껏 여자 앞에서 이런 꼴을 당해본 적이 없었건만 오늘은 왜 이리 사지가 떨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사랑하기 때문일 거야… 유리 씨를.”

여자의 몸을 애무하는 놈 치고 이처럼 낯간지러운 애드립을 마다하는 놈이 있을까? 그런 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제풀에 알아서 하는 사기성 발언일 뿐이었다. 하지만 간절히 유호성을 원하고 있던 강유리에게는 실로 복음과 다름없는 말이었다.

“정말? 정말로 나를 사랑해요?”

이런 세상에… 고문당하는 유관순 열사처럼 온몸을 끈으로 묶이고 팔을 들어 올려 결박당한 채, 게다가 얼굴마저 헬멧으로 가려진 상태로… 그녀는 사랑의 노예로 전락 당해가는 중이었다.

유호성에게 그녀는 너무 과한 노예였다. 윗도리 단추를 풀었으니 이제 스커트를 벗겨볼까? 수밀도처럼 과육이 듬뿍 담긴 젖가슴 아래로는 과연 얼마만큼이나 신비로운 오아시스가 나타날까?

“꿈만 같아요. 사실은 어제 밤에도 호성 씨 꿈을 꿨어요.”

헬멧 속에서 혼자 떠드는 그녀의 목소리를… 유호성이 새겨들을 리 만무했다. 이런 상황에 미리 대비했던지 그녀는 앞자락을 줄줄이 단추로 여민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러니 얼마나 고마운가. 유호성은 아직도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 단추를 풀어가는 중이었다.

어디선가 바람처럼 달려 온 산악도로 용 SUV가 1974년 산 치타 옆에 바짝 붙어 선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동시에 양쪽으로 문이 열리면서 뛰어내린 사람들은 권도일과 현성애였다. 그들은 1974년 산 치타의 유리창에 바짝 달라붙어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유리창이 워낙 짙게 썬팅 되어 있었으므로 얼굴을 바짝 들이밀어야만 했던 것이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