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안성=남민 기자]“베풂이라는 건 가난한 사람에게 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냥 서로가 나눈다는 의미이지요”
경기도 안성시 칠현산 칠장사 주지 지강(志剛) 스님의 거침없는 ‘나눔’ 행보가 화제다.
지강 스님의 이 ‘나눔’의 의미는 독특하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라는 등식이 존재하는게 아니다. 모두가 동등한 개념이고 다만 서로 ‘나눌 뿐’이라는 점이다. 지강 스님은 이 부분을 유난히 강조한다.
지난 2007년 부임 직후부터 시작한 ‘나눔’ 행보는 그동안 어두웠던 칠장사의 이미지를 일시에 말끔히 해소시켰다. 칠장사 주변 주민들의 반응에서 바로 나타났다. 지강 스님이 부임하기 전까지 절은 주민들로부터 외면받아 왔다. 주민들은 그 이유를 굳이 말로 표현하기 조차 꺼리고 있다.
지강 스님이 부임하면서 특별히 ‘실천’하고 있는 일이 두가지가 있다. 무소유와 나눔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현장에 나가는 것도 아니다. 자신은 항상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물건만 간다. 그렇게 시작했지만 이젠 공식행사로 무대 위로 서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내비치는 상황까지 왔다.
지강 스님이 부임하고 나서 전국적으로 신도가 늘어났다. 특별히 모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든 먼 길임에도 꼬박꼬박 찾아온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냥 절이 좋아서겠지요”라고 답하신다. 그러면 “그 전에는 왜 안왔을까요?” 라고 되물으니 “그땐 몰라서 안왔겠지요”라며 웃었다. 전국적인 인지도로 요즘은 칠장사도 형편이 좋아져 모든 나눔을 자체 재정으로 다 해결한다.
지강 스님은 특히 불교와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도 일일이 그 나눔의 손길을 내밀어 왔다. 스님은 산사에 머물지만 그의 온정은 이미 지역사회 깊숙히 파고 들었다. 무엇이 지강 스님으로 하여금 이러한 활동을 하게 했을까.
인터뷰에 대해 손사래 치듯 하며 그냥 덕담조로 몇마디 하는 거라면 좋겠다고 했다. 요사채로 안내한 스님은 손수 차부터 닳여 권했다.
▲스님에게 ‘나눔’이란 무엇인지?
-이웃과의 무주상(無住相) 나눔이다. 무주상은 내가 베풀어도 받는 사람에게 어떤 인과관계를 바라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가난한 사람이어서 나누는게 아니다.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은 동등하다. ‘그저 서로 나눈다’는 것이지 ‘가난해서 돕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서로 감사하게 사는게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기부라는 것도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해서는 안된다. 그냥 나눔이어야 한다. ‘준다는 마음’ 조차 없이 줘야 한다.
▲스님께서는 ‘무소유’ 철학을 유난히 실천하고 계신다.
-이 세상에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 뭐든지 ‘소유’ 보다 ‘소중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욕심, 버리기 힘들면 살짝 내려놓으면 된다. 꼭 필요한 것만 갖고 내려놓으면 그것도 무소유다.
나도 여기에 잠시 머무를 뿐 절은 내 것이 아니다. 여기를 찾는 사람들이 주인이다.
▲굳이 신도가 아니더라도 어떻게 사는게 올바른 삶인지?
-헛된 꿈 버리면 행복해진다. 돈과 명예, 욕심에서 벗어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것에 얽매이지 말고 이것을 이롭게 활용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즉, 좋은 곳에 쓰고 나눔을 위해 항상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요즘 사람들은 그다지 필요치 않는 일에 너무 매달려 바삐 사는 것 같다. 뭐가 그리 급한가. 열심히 노력은 하되 어떤 욕심에서 벗어날 줄 알아야 한다.
또 물질적인 것 보다 효(孝)가 중요하다. 이런 부분의 교육을 많이 해야 한다.
▲칠장사의 나한전은 특별하다. 기도의 효험도 뛰어나다는데. -고려시대 혜소국사님께서 도적 7명을 선인으로 교화시킨 특별한 절이다. 나한전에 모셔진 것도 매우 특이하다. 이런게 모두 부처님의 힘이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 기도가 영험하다는걸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누구든 와서 기도하면 희망을 얻을 수 있어 좋다고 말하고 싶다.
▲탈북자들에게도 애정을 많이 갖고 계신다는데.
-우리 국민들 인식이 빨리 바뀌었으면 좋겠다. 처음 탈북자들을 만났을 때 우리랑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우리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데 대해 깜짝 놀랐다. 한국에 온 탈북자들은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들이 따뜻하게 맞아줘야 한다.
▲꼭 하시고 싶은 일은?
-새로운 개념의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싶다. 요즘 그 기도를 많이 하고 있다. 밥 먹을데 없는 사람 밥주는 급식소의 개념이 아니다. 진짜 밥이 필요한 사람이 와서 먹되 그 사람들이 밥 먹은 후 직접 설거지도 해보고 그 다음 내가 또 다른 사람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케 하는 그런 개념의 급식소다.
그래서 시설과 분위기도 멋진 카페 이상으로 만들어 누구든 와서 왕 처럼 대접받으며 먹고 더 큰 교훈을 얻어서 가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칠장사와 함께 뜻있는 몇 곳이 자급자족으로 실천하려고 한다. 이 일은 이미 고려시대때 혜소국사께서 시행하신 일이다.(혜소국사비에도 나옴) 1000년이 지난 지금 이와 관련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다.
▲스님의 일상은?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두 시간 예불을 올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수면시간은 5시간 안팎이다. (일반적으로 주지스님은 조금 더 늦게 일어나지만 지강 스님은 스스로 꼬박꼬박 3시에 기상해서 예불에 임한다) 나는 출가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도를 터득못한 걸 보니 ‘출가’가 아니라 ‘가출’한게 아닌가 생각한다(웃음)
함께 자리한 주민 남경우 씨는 스님께서는 항상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솔선수범으로 실천하신다고 귀띔했다. 지역사회 나눔행사도 철저히 모르게 시작했는데 이젠 알려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가끔 나서게 됐는데 진짜 모범적인 나눔문화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했다.
지강 스님은 자신이 입는 의복도 몇 년 째 그대로여서 낡을 대로 낡은 옷이다. 보다못해 신도들이 새 의복을 구해다 줬지만 그걸 다른 스님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또 그대로 입고 지낸다.
지난 2007년 부임해 지난해까지 사찰 소재지인 죽산면을 비롯 안성시 지역사회에 쌀과 성금 지원, 전국 백일장 및 장학기금 후원, 추석ㆍ설 명절나눔 행사 등에 무려 7억6560여만원을 내놨다.
또 주변지역 난개발 방지를 위한 자연환경보전운동에 2000만원, 독거노인 생일잔치에 36회에 걸쳐 3600만원, 탈북자 교육시설인 하나원 수료자에 36회에 2억1600만원, 칠장자 농촌마을 발전기금 등에 2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왕성한 나눔활동을 실천해왔다.
인터뷰는 스님이 머무는 요사채에서 있었는데 몹시 추운 날씨였지만 방바닥은 미지근한 정도였다. 차와 간단한 다과를 내놓았는데 이밖에 이렇다 할 물건도 없이 너무나 소박했다. 방 한쪽에 기와에 쓴 글이 눈길을 끌었다. ‘精思力踐(정사역천: 깊이 생각한 다음에 힘써 실천하라)’
지강 스님은 인터뷰도 결국 남에게 내보이는 것이어서 좋아하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스님은 “다음에는 ‘일하러’ 오지말고 그냥 놀러와서 차 한잔 하고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떠나는 기자에게 등 뒤에서 마지막 한마디 더 던졌다. “편하게 오면 훨씬 잘 보입니다”
글ㆍ사진=남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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