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중국의 춘제(설)는 가족 모두가 참여해 즐기는 분위기다. 이에 반해 한국은 명절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 보인다.”
한국 생활 4년째인 중국인 왕모(28ㆍ여)씨는 중국에서도 명절에 여자들이 힘들지 않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설에 먹는 만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빚고, 만두가 익으면 함께 먹으면서 설 특집프로그램인 ‘춘완(春晩ㆍ디너쇼)’을 본다”면서 “며느리라고 앞치마 두르고 종일 일하고, 남자들은 TV 앞에서 빈둥거리는 장면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서 ‘명절 주부 스트레스’, ‘명절 증후군’ 등의 단어를 입력해봤다. 한국 주부의 이야기가 검색된다. 중국인 여성의 이야기는 찾기 힘들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중국인 주부 담모(30)는 “명절이 시작되기 전에 시댁에 가서 음식을 만들고, 설 당일에는 손님 밥상까지 차려줘야 해서 충격이 컸다”면서 “한국에 오고 나서 설이 싫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시댁보다 친정 먼저 가는 친구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중국도 한국처럼 설을 최대 명절로 친다. 하지만 중국인들에게 설은 온 가족이 모여 즐기는 명절이자 하나의 축제다. 여자들은 차례상 차리기 등 부엌일을 하고, 남자들은 손님을 맞이하는 역할을 하는 양분된 명절이 아니다.
최소한 여성들이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 부부들은 다른 문제로 갈등을 빚는다. 바로 고향이 다른 부부의 경우 어느 쪽 부모와 명절을 보낼 것인가로 부부싸움을 한다.
중국도 춘제 때 시댁을 찾는 게 오랜 전통이다. 그러나 한 자녀 정책을 실시한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일명 ‘빠링허우(80後)’ 세대가 가정을 이루면서 이같은 전통이 차츰 깨지고 있다.
춘제 때 친가행을 고집한 남편과 다투다가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됐다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가 매년 춘제 때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설날에 여자만 일하고 남편은 빈둥댄다는 이유로 다투다가 이혼한 한국 부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때문에 중국의 인터넷 까페에서는 몇 년 전부터 “춘제 때 어떻게 하실 건가요. 어디로 갈 지 고민이네요”라는 토론방이 등장하고 있다.
젊은 부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묘안을 짜내는 모습이다. 어느 부모도 서운하게 하지 않기 위해 남편과 아내가 각자의 부모집에 가서 명절을 보낸다는 집도 상당수다. 또 싸우기 귀찮아서 아예 부모 집에 가지 않고 자기 집에서 보내거나 여행을 간다는 사람도 있다.
사돈끼리 사이가 좋은 집은 양가 부모를 자식 집에 모셔와 함께 보내는 방안을 고안해 내기도 했다. 이도 저도 해결 못한 사람은 친가가 됐든 처가가 됐든 효율적인 노선을 정해 3일씩 보낸다는 부지런한 부부도 있었다.
하지만 가사 노동 때문에 고민이라는 중국 주부는 거의 찾기 힘들었다. 중국의 요식업계는 춘제가 일년 중 최대 성수기다. 설날 전야에 온 가족이 모여 먹는 “녠예판(年夜飯)”을 식당에서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먹거리 사고가 자주 나면서 집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최근 늘고 있긴 하지만, 이 마저도 몇 가지 음식은 외부에서 사다가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즐거워야 할 명절에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한 방편이 될 수 있겠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corp.com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자산가의 저력은 하락장서 나타난다…위기 속 기회 찾는 ‘힘’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31/news-p.v1.20260831.a0fa168d036d4658b6cb03a0502c0de4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