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작가, 김예림 작곡’ CJ문화재단의 신인 창작자 발굴 프로그램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뮤지컬 부문에 선정된 올해 지원작 네 편 가운데 하나인 ‘포커스’에는 이런 크레딧이 달렸다.
동갑내기인 김동호(28), 김예림(28)은 작년 6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처음 만든 ‘창의인재 동반사업’의 1기 교육생이다. ‘창의인재 동반사업’은 영화, 방송, 만화, 음악 등 8개 분야 전문가 멘토 105명과 멘티 240여명을 매칭시켜 9개월간 실무 교육을 주고 받도록 한 프로그램. 이달 말 1기 과정 졸업을 앞두고 둘은 작지만 큰 일을 해냈다.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를 통해 상금 2000만원을 받아 자신들의 이름을 내 건 뮤지컬 한편을 공연 관계자들 앞에서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쥐게 된 것이다. 정식 상업 공연이 아닌 ‘리딩 공연’ 이지만 지난해 ‘여신님이 보고계셔’ ‘풍월주’ ‘모비딕’ 등 화제작이 거쳐 간 무대다.
“미친듯이 머리 뜯고 작업하고, 밤샘하면서 매달려 제출했어요. 최종 선정 소식을 들었을 땐 ‘아, 다시 밤샘이 시작됐구나. 이걸 무대에 맞게 어떻게 고쳐야하지?’ 다시 뭔가가 시작된 느낌이었요.”(김동호)
“이전부터 이 공모전을 통해서 데뷔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상업 무대 오르기 전에 리딩 공연을 한번 거쳐 피드백도 받을 수 있고, 전에도 응모 시도도 여러번 했었는데 이번에 되어서 좋았죠.”(김예림)
둘은 교육생이란 타이틀을 갖기엔 적지 않은 나이다. 대학을 졸업한 지도 3년이 넘었다. 2008년 단국대 국문과를 졸업한 김동호와 2009년 한양대 작곡과를 졸업한 김예림은 각자 창작자 주변을 맴돌다 가슴 속이 점점 더 비워져 가는 서른 즈음에 창작자의 길로 들어서는 전환점을 찾았다.
“그냥 평범한 직장 다니고 있었죠. 원래 꿈은 방송국 드라마PD 였어요. 시험도 쳤는데 떨어지고, 어느날 문득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하다가 이런 멘토-멘티 사업을 발견한 거에요.”(김동호)
김동호는 처음엔 뮤지컬 대본을 쓰리라곤 생각치 못했다. 대학시절 써놨던 드라마용 대본들을 멘토 추민주 감독(명랑씨어터 수박 상임연출)에게 보여줬는데, 이것이 뮤지컬 작가로 진로를 튼 계기가 됐다. 김동호는 “추 감독님 제작팀 현장을 가까이서 봤는데, 한 배우가 마이크를 잡고 여러 다른 캐릭터 역할을 하는 걸 보니 가슴이 설레더라. 사무실 보단 극장에서 근무하는 게 훨씬 재밌더라”며 “이젠 작가로 마음을 굳혀서 한번 ‘올인’ 해보고 싶다”고 다부진 표정으로 말했다.
김예림 역시 9개월간의 과정을 거쳐 막연하게 가졌던 작곡가의 꿈을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다. 김예림은 “고등학생 시절엔 오페라를 좋아해서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음대를 지망했다. 서울 올라와서 뮤지컬을 보며 공연 작곡이 하고 싶었는데, 이제 보니 음악감독이 매력있더라”며 웃었다.
김예림은 멘토 오정학 감독(서울뮤지컬페스티벌 사무국장)을 통해 뮤지컬 분야 네트워크를 쌓아 현재 뮤지컬 ‘요셉 어매이징’의 음악 조감독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제주도가 고향인 그는 “‘제주도 숨비소리’라는 작품을 구상 중”이라며 “제주도 해녀에 관한 얘기와 곡을 쓰고 싶은데, 멘토로부터 꾸준한 피드백을 받고 있어 언젠가 만들고 싶다”고 했다.
김동호 멘토를 맡은 추 감독은 “(김동호는) 호기심이 많은 게 굉장히 큰 장점이다. 대본 안에 세상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시선이 보인다”며 “멘티 모두가 ‘원석’이다. 재능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더 빛나는데, 멘토로서도 굉장히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둘의 첫 합작품 ‘포커스’ 초연은 상반기 중 서울 마포구 신정동 CJ아지트에서 열린다. 앞서 15일엔 콘텐츠진흥원이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여는 ‘드림하이 페스티벌’에선 성과 발표회도 갖는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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