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양상국(30)이 시쳇말로 제대로 떴다. 그가 출연 중인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인기코너 ‘네가지’에서 “설 연휴에 고향에 내려가니 골목 초입에 환영 플랭카드가 내걸려 있었다”고 소개한 일화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KBS2가 신설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인간의 조건’에서 그의 진가는 빛난다. 지렁이가 쓰레기 음식물을 없애준다는 지식을 알고 있고, 시골에서 올라 온 부모님을 배웅하는 자리에서 눈물을 펑펑 쏟는 양상국은 ‘개그콘서트’에서 미리 짜여진 대본에 따라 “마음만은 특별시다”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는 ‘촌놈’ 양상국이 아니다. 시골의 감수성을 그대로 지닌 채 마천루의 도심 속을 걷고 있는, 마치 청정구역으로 둘러 쳐서 보호해 줘야할 같은 순수함의 표징처럼 다가온다.
“어릴 적에 가재잡고, 도랑가서 놀고…. 부모 세대에선 했지만, 우리 또래들은 못해본 거를 다 하면서 자랐죠.”
최근 여의도 KBS신관에서 만난 양상국은 고향인 경남 김해 진영읍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소개하며 “그래도 지금은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서고 커피 프랜차이즈도 있는 신도시”라고 힘줘 말했다.
양상국은 설 연휴에 조카 세뱃돈 좀 많이 줬냐고 묻자, “고향에 내려가자 마자 세살짜리 조카가 ‘삼촌!’ 부르면서 뛰어 와 안기는거에요. 일년에 두세번 얼굴 본 게 전부고 TV에서만 보던 삼촌인데, 형보다 저를 더 따라서 형수도 신기해하고요. 그래서 50만원을 줬어요.”라고 답했다.
금의환향한 고향에서의 돈 자랑 조차 밉지 않게 들린다. 솔직함과 꾸밈없음이 자신의 최대 장점임을 그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순박하다고 좋아해주시는 거 같아요”라며 롯데 계열사 사장과의 친분 관계도 스스럼없이 털어놨다. 양상국은 자신의 팬이라고 해서 만난 롯데 계열사 대표와의 식사자리에서 “(사장의) 젠틀한 모습에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저를 너무 좋아해주셔서 처음부터 ‘형님’이라고 불렀다”고 소개했다.
롯데 계열과의 남다른 인연은 TV광고로까지 이어졌다. 경상남도 사투리를 특유의 톤으로 정감 나게 표현하는 장기 덕인지, 경영층과의 친분 덕인지 그는 롯데주류의 소주 ‘청하’ 광고에 이어 롯데하이마트 광고 계약까지 따냈다.
“개그맨의 CF 영역이 넓어지긴 했어도, 술 광고는 상상조차 못했죠. (광고 속에서) 저는 찌질한 대학선배로, (김지민에게) 독한 소주를 먹이는 나쁜 역할이지만, 광고주분들이 ‘양상국씨 없으면 어쩔 뻔 했나’라며 너무 좋아해 주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는 “요즘 프로그램 출연, 광고 섭외, 인터뷰 요청이 몰려 인기가 올라가고 있구나 느낀다”면서도 “그래도 개그맨 공채 준비를 하던 때가 더 행복했다”고 쓸쓸해 했다.
군 제대 후 서울로 올라 와 홀로 생활한 지 8년째. 택시기사를 하시는 아버지와 감 농사를 짓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울컥해지고, 문득 슬퍼지면 일부러 슬픈 영화를 찾아서 보곤 한다는, 농가 어디에나 있는 막내 아들. ‘인간의 조건’에서 63빌딩 커피숍에서부터 기차역까지 눈물을 멈추지 못했던 ‘울보’ 양상국은 가식이 아니었다.
그는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간 군에서 제대하고 나왔을 땐 “TV 한번 나오는 게 소원”이었고, 아마추어 경연 프로그램 KBS2 ‘개그사냥’에 한번 출연한 뒤로는 “개그콘서트 무대에 서고 싶어졌고”, 2007년에 삼수 끝에 공채 22기 개그맨으로 뽑혔을 땐 “유명해지고 싶었고”, 유명해진 다음엔 “버라이어티에 나가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 딱 그정도까지 목표를 이뤘다.
그는 어떤 개그맨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정말 살아남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고 했다. 코너 하나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수십명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낮으로 연습해야하는 ‘개콘’의 치열한 생존 경쟁을 의식해서다. “박성호, 김준호 선배를 보면 어떤 개그를 하고싶다는 게 없는 거 같아요. 그 사람만의 개그 스타일은 있지만, 살아있는 거 자체가 힘든 거 같아요. 꾹 참고, 꾸준히 짜고, 노력하는 게 진짜 대단한 거 같아요.”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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