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결혼도 안한 처녀인 제가 센 역할인 반야를 연기한 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종영한 SBS 사극 ‘대풍수'에서 ‘여자 풍운아' 반야를 맡았던 이윤지(29)는 고생한 만큼 기억에도 많이 남는다고 했다. 반야는 중국으로 팔려가는 공녀 부터 공민왕 사이에 낳은 아들이 왕이 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하는, 부침이 심했던 인물이다. 공민왕(류태준)의 아들을 낳고도 후궁 대접은커녕 음모에 휘말려 납치와 감금 당하기 일쑤였다.
“반야는 아역이 첫 등장할 때 어머니의 유골을 등에 지고 나타났어요. 공녀로 팔려가지 않기 위해 ‘꽃거지' 행세도 했고요. 결국 욕망으로 가득찬 반야가 목지상과 정근을 이용하기도 하면서 공민왕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성은을 입어 아들을 왕으로 만들지만 아들과 반야 모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죠. 반야는 얼핏 악역 같지만 결핍이 많다보니 욕심도 강해진 인물이라고 마음으로 이해하려 했어요.”
이윤지는 폐위된 아들 우왕이 왕권 복위를 꾀했다는 누명을 쓰고 사약을 받는 장면을 눈 앞에서 지켜보며 “실제로 무릎이 꺾이고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털어놨다.“아들이 죽는 모습을 앞에서 바라보는 어미를 연기하는 게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고, 왕이 되는 명당 자리에서 맨 손으로 무덤을 파는 장면은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었어요.”
하지만 이윤지는 정근(송창의)의 품에 안겨 최후를 맞이했다. 역성혁명을 시도하려는 이성계에게 반기를 들다가 반격을 당한 것이다. “마지막에 정근에게 마음은 주고 간 것 같아 위로가 됐어요. 그냥 가버렸다면 얼마나 삭망했겠어요. 다음에 태어나면 태후도 싫고, 평범한 여염짐 아낙으로 살고싶어지더라고요.”
아직도 반야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이윤지는 “국운이 쇠한 고려 말,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는 과정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했던 도사들의 활약을 그리다 보니 이야기와 인물들이 많아 시청률을 충분히 올리지는 못했지만, 드라마 전체로 볼때 시청률만으로 표현될 수 없는 성과와 의미는 있다고 봐요”라고 전했다.
우리 나이로 30살이 됐다는 이윤지는 “그동안 쉬지 않고 제딴에는 열심히는 해온 것 같다요. 어렸을 때에는 감독님이나 선배님이 뭘 말해주어도 잘 못알아 들었는데 이제 그런 말씀을 이해해요”라면서 “이제부터는 인물의 깊이에 주력해야죠”라고 말했다. 그는 “2006년작 KBS 일일극 ‘열아홉순정'은 아무 것도 모르고, 현장에서 행복하고 즐겁고, 찍은 것 같아요. 이게 얼마나 귀한 기회인지를 몰랐어요”라면서 “지난 6년동안 그런 역할을 다시 못만났어요. ‘짝' 소리가 나는 역할을 만나 신나게 해보고싶어요. 지금부터 시작이에요. 더 재미있어질거에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지난해에는 ’더킹 투하츠‘에서 감정 낙차가 큰 공주 이재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던 이윤지는 학업(중앙대 대학원 연극과)과 연기를 병행하고 있다. 책을 많이 읽고 있고 여행도 ‘책읽기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평소에는 ‘강연 100도씨' ‘다큐멘터리 3일' ‘명작스캔들' 등을 즐겨본다. ‘연예가중계' MC, ‘힐링캠프' 일일MC 등을 맡았던 이윤지는 좀 더 준비해 기회가 된다면 교양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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