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변호사·회계사…고소득의 상징은 옛말?
최근 국내 759개 주요 직업의 평균 연봉을 조사해 순위를 매긴 리스트가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그동안 고액연봉자로 알려졌던 의사, 변호사, 회계사의 연봉순위가 후순위로 밀려 있었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평균 연봉 8860만원으로 고작 6위, 외과의사가 8268만원으로 7위에 머물렀으며, 회계사는 6853만원으로 간신히 20위권에 턱걸이했다.
이와 관련, 자료 출처로 지목된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집계에 사용한 데이터의 직업별 표본수가 30명에 불과해 직업별 임금을 대표할 수 없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그러면 과연 진실은 무얼까.
국세청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변호사 1인 평균 수입은 4억4400여만원, 회계사는 2억900여만원, 세무사는 2억4700여만원, 관세사는 3억4100여만원이었다. 명불허전. 이들 전문직은 여전히 일반직 샐러리맨을 압도하는 수준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표본도 각각 1000명 이상이라 통계적으로 신뢰성이 높다.
더욱이 개인사업자의 경우 현금 결제를 유도해 장부외로 처리하는 소득 누락 사례가 매우 흔한 점까지 감안하면 실제 소득은 더 많다고 봐야 한다. 올 초 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차명계좌 신고 포상금제’를 도입하자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 혐의에 대한 신고가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지난 2011년 모 지검 부장검사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이듬해 공식적으로 낸 세금이 수십억원”이라고 귀띔했다. 1년여 만에 적어도 100억원 단위의 수익을 올렸다는 뜻이다.
막강 고소득 전문직일수록 ‘풍요 속의 빈곤’으로 고통받는 이들은 더 눈에 띄게 마련이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 표본수 기준 변호사의 16.1%가 연 매출 2400만원 이하 신고자였으며, 회계사는 8.7%, 관세사는 5.8%가 월 200만원도 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역시 개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받은 돈을 갚지 못해 파산 신청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 5명 중 1명은 신용불량자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이 같은 각 직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하나같이 ‘공급 과잉’이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변호사 업계의 경우 로스쿨 졸업생들까지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일자리가 부족하자, 과거 거들떠보지도 않던 하위직 공무원으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경찰청은 이달 초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경위 계급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부산시도 이들을 대상으로 7급 공무원 채용을 진행했다. 연봉으로 치면 초봉이 2500만원 수준이니 기대치나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회계사 역시 잘나가던 시절은 지났다. 회계법인 5, 6년차면 억대 연봉 진입이 가능하고 개업을 하면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한때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빛 좋은 개살구 신세다. 업무가 몰리는 시즌엔 야근을 밥 먹듯 하며 격무를 견뎌야 하는 데다 회계사 수가 늘어 희소가치가 줄면서 실질 연봉도 예전만 못하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2013년 1월 31일 현재 1만5767명의 등록회원 중 30%가 넘는 5089명이 휴업 중이다.
조용직 기자/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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