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식어로 '카리스마'가 꼭 따라 붙는 여배우가 몇 있다.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이를 꼽으라면 단연 '김혜수'가 먼저 떠오른다. 굳이 어떠한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 있는 배우다.
그런 그가 최근 종영된 드라마 '직장의 신'을 통해 새삼 재조명됐다. 미스김이라는 역할을 오롯이 자신만의 캐릭터로 소화해낸 김혜수는 평단과 대중들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사원'인 미스김의 옷을 입고, 그 어느 작품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배우 김혜수
김혜수는 이로써 '직장의 신'이라는 필모그래피를 하나 더 추가했다. 포크레인 운전을 능수능란하게 했고, 붉은색 내복을 입고 다리 찢기도 했다. 회식자리에서는 화려한 탬버린 신공을 펼쳤고, 메주 탈을 뒤집어쓰고 앙증맞은 율동도 구사했다. 이 모든 것이 16부 안에서 이뤄졌다.
"아직은 끝났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떠나보냈다는 느낌이 나지 않을까요? 우선 드라마 할 때와 비교해 잠은 많이 잘 수 있어요(웃음)"
김혜수의 변신은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직장의 신'에서 '김혜수'는 없었다. 다만 딱딱한 말투와 무미건조한 표정의 미스김만 있을 뿐이었다.
"대본이 재미있고, 강렬하고 굵은 메시지가 있어서 선택한 작품이에요. 원작이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유쾌한 내용에 반한거죠. 어느 정도의 부담은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있어요. '직장의 신'이라고 특별한 긴장, 부담은 없었죠. 드라마의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코믹에 속하는데 연기를 할 때 코믹이라는 생각은 없었어요. 미스김의 캐릭터가 이러하니, 최대한 그답게 움직이려면 어떻게 할까, 그러다 보니 특유의 말투가 나온 거고 행동이 드러난 것이지 특별한 설정을 하지는 않았어요"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밤샘 촬영을 하고 다음날 새벽 4시부터 준비를 하는 식이다 보니 반응을 체크할 시간이 없었어요. 시작을 하면 끝나는 것이 보통 새벽이고, 그리고는 씻고 바로 다시 촬영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을 사용하니까, 스태프들이 알려주거나 촬영장에 컴퓨터가 있어서 배우들이 보고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그러나 이미 베테랑인 그는 반응 하나에 좌지우지 되는 편이 아니다.
"사실 반응으로 업(UP)되거나, 혹은 의기소침하지는 않고 자체적으로 재미가 있으면 신나요. 캐릭터가 재미있고, 내가 봐도 황당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니까 유쾌했죠. 팀이 호흡이 좋고, 스태프들이 날 예뻐하는 게 느껴지면 신이 나는 거죠. 물론 시청률이 높으면 힘이 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기가 꺾이고 덜 열심히 한다거나 그러진 않아요"
하지만 스스로도 미스김에 대한 호응이 느껴질 정도로 파워는 막강했다.
"방송이 끝나고 메시지가 정말 많이 오더라고요. 특히 탬버린 장면과 홈쇼핑 내복 이후에 100여개 정도?(웃음) 평소 연락이 없던 사람들, 이민 간 친구들에게도 연락이 오고요. '정말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지인은 장규직(오지호 분)에 대한 아픔을 읽는다고도 하고요. 우리가 단조롭게 표현을 해도 깊이 있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에는 그런 일이 없던 미스김이 회식자리에 나타났다. 그 자리에서도 빛이 났다. 보는 이들은 박장대소 했지만 미스김만큼은 진지했다.
"사실 탬버린 장면이 화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그건 미스김이 탬버린을 치는 게 핵심이 되는 장면이 아니거든요. 전체 이야기의 일부이고, 진짜 전하고픈 메시지는 따로 있었는데 많이들 인상 깊게 보셨더라고요. 우선 미스김은 누구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현란하게 일을 처리해요. 누구나 다 하는 일을 하지만 미스김만의 방식이 있는거예요. 그러기 위해선 비주얼로 현란하고 과장된 표현이 필요했어요. 그래야 보는 이들도 '아~ 저래서 미스김을 시키는구나' 납득을 할 수 있으니까요. 탬버린도 그랬어요. 누가 봐도 저 정도로 하면 수당도 아깝지 않다는 느낌을 줘야 하니까. 집중해서, 매우 진지하게 탬버린을 친거죠. 6시간 동안 지하에서 찍었는데, 스태프들도 모두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온 몸이 많이 아팠어요. 숙련되지 않은 탓에 뼈도 때리고, 구두에 걸려서 넘어지기도 하고(웃음)"
미스김은 김혜수의 또 다른 이름으로 꽤 오랫동안 대중들의 머릿속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매 작품이 그렇지만, 모든 것에 대해 열린 상태에서 서로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상의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마음껏 이야기를 하고 서로 받아들이고, 모든 게 작품을 위한 일들이니까요"
배우 김혜수에게도 '직장의 신'은 좋은 추억을 안긴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물리적으로 미스김의 현란한 동작들로 몸살이 왔지만 미스김이라는 에너지가 워낙 강하니까, 오히려 스스로도 에너지를 받았어요. 또 현장 분위기도 좋아서 피곤도 잊게 해줬죠. 굉장히 좋은 현장이었어요"
◆ 인간 김혜수
배우 김혜수는 확실히 누구보다 남다른 아우라를 지닌 인물이다. 매 작품마다 어마어마한 캐릭터로 대중들 앞에 서지만, 온(ON)에 불이 꺼진 후엔 철저하게 개인으로 돌아온다.
"평소 생활이 역동적이지 않고, 거의 집에 있는 편이에요. 친구들도 집으로 오라고 해서 맛있는 걸 만들어먹고, 장보러 나가는 것 외에 거의 나가지 않아요. 그게 좋아요. 뭔가를 쓰고 싶으면 쓰고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보고요"
어쩐지 선뜻 감이 오지 않는다.
"사적으로는 게으르고 혼자 하는 취미가 굉장히 많아요. 근데 그게 뭐 거창한건 아니에요. 아주 사소한 거지만 좋더라고요 그게. 미스김처럼 별도의 공간은 없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지내요. 선택적으로 멍청하게 있을 때는 아주 멍청하고 게으르게 있어요"
김혜수 하면 떠오르는 것들 중 하나는 육감적인 몸매. 지금까지도 이는 변함이 없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뒤따를 줄 알았더니, 반전이 있다.
"약간의 식이요법을 하지만, 일단은 맘껏 먹어요. 살이 쪄도 그냥 먹어요. 다만 스스로 정해놓은 마지노선은 있죠. 고3 때가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갔기 때문에 그 때 이상은 안된다는 것. 드라마가 시작되지 2주 전에는 저녁에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양도 줄이는데 그 외에는 워낙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웃음)"
일상의 김혜수는 늘 조카와 함께다. 아이들 이야기에 숨길 수 없는 함박 미소를 짓는 그다.
"아기가 정말 예뻐요. 교복 입은 애들도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어요. 어린이날 촬영을 했는데 아이들에게 시선이 가서 연기에 집중이 안될 정도예요. 영화 '바람 피기 좋은 날'을 찍을 때 첫 조카가 태어났는데 이후 '모던보이' 때 합천에서 3개월 정도 촬영을 진행했어요. 그 때 휴대전화 속 조카의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면서 지냈어요. 보고싶어서요. 누구나 우선순위를 두는 대상이 있잖아요, 저는 '아기'예요"
아이를 좋아하면, 결혼할 때가 된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김혜수는 "어릴 때부터 아기를 좋아했다고 하더라"고 일축했고, 앞날을 미리 정해놓지도, 규격화 시키지도 않았다.
"이상형은 없어요. 그 사람의 고유의 무언가가 나로 하여금 매혹을 느끼게끔 하는 게 중요하죠. 취향이나 가치관이 다른 건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해요"
배우 김혜수와 인간 김혜수는 다른 듯 매우 닮아 있었다. 스스로 무리하게 둘을 분리시키지 않는다. 촬영 현장이 아닌 혼자만의 공간인 집에서는 평범한 여성으로 돌아가지만, 작품 활동에 돌입하는 동시에 배우 스위치에 불이 켜지고, 누구보다 활동적으로 변한다. 때문에 그의 작품과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과거에는 일의 김혜수와 사적인 김혜수를 엄격하게 분리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상당히 무모하고 불필요한 일이구나를 느꼈죠. 연기를 하면서 인생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이를테면 가치관이나 세계관 역시 연기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 그 시간을 통해 형성 된 것인데 '어째서 인간과 연예인을 분리하려고 애를 썼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중들이 원하는 동안은 지금처럼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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