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월가의 보 몽드(beau monde)’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월가에서도 잠시 총을 거두는, 알려지지 않은 시간이 있다. 바로 1년에 한 번 ‘카파 베타 파이’(κ β π)의 구성원들이 모이는 저녁이다.
월가의 가장 비밀스런 사교모임으로 알려져 있는 카파 베타 파이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금융권 및 재계의 거물들이 친목을 다지는 행사를 1년에 한 차례씩 연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올해 모임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저녁 뉴욕 맨하탄 5번가의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치러졌다. 이날 행사엔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등 대형은행들의 임원급 인사를 비롯한 200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파 베타 파이의 주요 구성원으로는 로버트 벤모쉬 AIG 최고경영자(CEO)와 ‘시채(muni bondㆍ지방채권)의 여왕’이라 불리는 알렉산드라 레벤탈 레벤탈앤컴퍼니 사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등이 있다.
또 벤처캐피탈리스트인 윌버 로스 WL로스 회장, 켄 랭곤 홈디포 창립자, 전설적인 딜메이커(거래해결사)로 이름난 페렐라와인버그 파트너스의 조 페렐라, 지미 리 JP모간체이스 부회장 등도 이 곳 회원이다.
여성 회원으론 레벤탈 외에 월가의 ‘족집게’ 애널리스트 메레디스 휘트니 메레디스휘트니어드바이저리그룹 CEO도 있다.
이들은 매년 이 날만큼은 흥겹게 놀지만 전통은 비밀에 붙여져 있으며 이런 사정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가자는 “경쟁자들이 서로 무기를 내려놓고 월가의 모범적인 행동양식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만남을 가지는 시간이다”라고 말했다고 포천은 전했다.
85년의 역사를 지닌 카파 베타 파이는 지난 1929년 3월에 결성됐다.
이름은 유명한 아너 소사이어티인 ‘파이 베타 카파’에서 따왔으며 파이와 카파의 순서를 뒤바뀌었을 뿐이다. 파이 베타 카파 회원들이 붉은 리본을 목에 매는 것처럼 여기 참가자들은 금으로 된 시계줄로 장식한다.
이 모임을 주도하는 최고 위원들은 ‘거대 비난’(The Grand Swipe)과 ‘거대 얼룩’(The Grand Smudge)이란 우스꽝스런 이름을 가진다.
클럽하우스도 없고 회비는 연간 450달러에 불과하다. 결성때부터 1년에 한 번만 저녁을 먹었고 이날 신입회원과 새로운 회장을 뽑는다.
행사는 1938년부터 매년 세인트 레지스 호텔 20층에 위치한 옥상층 볼룸에서 열리고 있다.
신입 회원들은 ‘초보자(neophytes)’라고 불리며 격한 가입 의식을 준비해야 한다. 신입회원은 매년 20명씩 가입한다.
카파 베타 파이는 ‘돈은 잠을 자지 않는다’(Money Never Sleeps)는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도 월가가 적과의 만남을 즐기며 서로를 알아가는 그들만의 리그이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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