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최근 들어 우리나라 2인 이상 가구의 가계부에는 매년 남는 돈이 조금씩 늘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가계소득에 비해 지출이 많아 여력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소득이 늘어난 만큼 빚도 덩달아 늘어 씀씀이를 대폭 줄이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부동산이나 보험, 연금 등 자산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경기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정부 전망과 달리 가계가 체감하는 실물 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후와 주거 불안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서 가계가 허리끈을 더 졸라매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을 보면 지난해 가계소득은 430만2000원으로 전년대비 3.4% 상승했으나 지출은 335만6000원으로 2.9% 증가하는데 그쳤다. 명목상 가계소득은 증가하고 있지만 불투명한 미래에 지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평균소비성향도 72.9%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만큼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셈이다.

매년 늘고 있는 가계 빚은 지출을 억누르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부채 잔액은 2012년 964조원에서 2013년 1021조원으로 1000조원을 넘긴 뒤 지난해에는 1089조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6.6%로 소득증가율(3.9%)보다 높아 빚이 가계의 씀씀이를 늘리는데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부동산, 금융 등 가계의 자산 선호도 또한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3월 말 가구당 평균 자산은 3억3364만원으로 전년동월(3억2688만원)대비 2.1% 증가했다. 이 중 실물자산이 73.2%(2억4433만원), 금융자산은 26.8%(8931만원)였다.

특히 금융자산 중에는 보험과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이는 저금리와 노후에 대한 불안으로 가계의 투자가 자산으로 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가계 소득이 지출로 연결되게 하려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저금리 등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투자와 소비로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지원, 연구개발(R&D) 투자 등 제품의 경쟁력 향상에 집중 지원해 경제 동력을 키워 미래에는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가구가 소비를 줄이는 데는 정년 이후의 일자리 부족과 노후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며 “노동시장 구조개선 등 개혁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