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24개 기업 입주…교역량 23억弗 주민 10년새 9배급증…판교 직장인 규모 중졸이 84%…대졸자 8.4% 뒤이어 40대 40% 30대 30%…여성이 68% 교역은 섬유·전기전자가 70%웃돌아

평생 단 한 명 만나기 어려운 북한주민을 매일 5만명 이상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북한이 세상과 소통하는 전 세계 유일의 창구, 개성공단이다.

개성공단은 ‘작은 통일’이다. 총칼을 겨눴던 시기, 과연 이런 일을 상상조차 했을까. 남과 북이 돈, 땀, 손을 모았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은 남한의 경제를 배우고, 남한은 북한의 사람을 배운다. 조금씩 서로 알아가는 곳, 그래서 개성공단은 특별하다.

개성공단은 어떤 곳이며 어떤 북한 주민이 모여 있을까. 한반도의 남북 통일도시, 개성공단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2015 통일백서에 따르면, 개성공단에는 현재 124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교역의 전부를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 남북교역량은 23억4300만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 그 중 99.%가 개성공단 몫이었다. 관광이나 대북지원, 문화협력 등은 제로에 가까웠다. 개성공단이 사실상 유일한 남북교역의 통로인 셈이다.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북한 주민은 5만3947명이다. 2005년 6013명에서 10년 사이 8.9배 급증했다. IT 신도시 판교테크노밸리의 직장인 수(5만여명)와 맞먹는 수치다.

개성공단에 있는 북한 주민 중에는 ‘중학교를 졸업’한 ‘40대’ ‘여성’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학력별로 보면, 중학교 졸업이 84%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대학교 졸업이 8.4%로 그 뒤를 이었다. 연령대로는 40대가 39.6%로 가장 많았고, 30대(30.1%), 20대(20.5%) 등의 순이었다. 50대 이상도 9.7%를 차지했다.

남녀 비율로는 여성이 남성을 크게 웃돌았다. 여성이 68.2%로, 남성(31.8%)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여성이 많은 건 개성공단 내에 중공업이나 화학공업 등 남성 근로자 비중이 높은 업종보다는 섬유나 전기전자제품 등 여성 근로자 비중이 높은 업종이 많기 때문이다. 남북교역에서 섬유류와 전기전자제품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의 장이기도 하지만 남북 대화의 돌파구란 점에서도 중요하다. 특히 최근처럼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접어들 때 개성공단의 존재는 한층 더 중요해진다.

최근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이 대표적인 예. 인도적 차원에서 남북 간 이산가족 상봉이 꾸준히 늘어났지만, 2008년 이후 당국차원의 교류가 단절되면서 매년 이산가족 상봉이 채 100명을 넘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해 가까스로 이산가족 상봉 재개 물꼬를 텄다는 게 위안이다. 하지만 올해까지 흐름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의 통제가 심해지면서 탈북 입국자도 줄어들고 있다. 2008년 2805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개성공단은 사실상 유일한 남북 대화 매개체이다.

남한을 넘어 북한이 세계와 소통할 창구로도 쓰일 전망이다. 지난해 개성공단에는 외국인투자지원센터가 열렸다. 개성공단 투자를 희망하는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상담 등을 진행하는 곳이다. 지난해 말까지 45개 이상 외국계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했다. 개성공단의 세계화이다.

물론 여전히 갈등의 소지도 적지 않다. 최근에 불거진 개성공단 임금 문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3월분 임금지급을 앞두고 최저임금을 월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일방적인 통보에 응할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이어 북한 측이 우선 임금을 지급하고 인상 차액분을 추후 연체료로 내겠다는 담보서를 기업에 요구하는 등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표면적으론 개성공단 임금 인상에 따른 갈등이지만 길게 보면 갈등은 곧 기회다. 최근처럼 남북 간 대화가 단절된 시기에 오히려 개성공단 임금갈등은 남북한이 대화할 구실을 주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남북한은 임금 갈등이 불거진 후 공식 비공식적으로 민간ㆍ당국 간의 접촉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2013년 개성공단 폐쇄라는 악몽이 재현될 소지도 있다. 갈등의 씨앗이 될지 대화의 밀알이 될지 개성공단에 달렸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