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요즘 들어 대전에서 세종까지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봄철 신선한 날씨 덕분이기도 하지만 대전과 세종을 잇는 국도 중앙 차선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설치되면서 자전거 타기가 한결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암사, 안산산성 등으로 연결되는 ‘거북이 투어존’도 만들어져 걷기에도 좋은 코스가 됐다.

건강에 좋고, 친환경도 실천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그런데 이 도로를 달리다 보면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장면을 접하게 된다.

길게 이어진 핏자국을 따라 가다 보면 도로 위에 누워 있는 고라니, 고양이 등 동물의 사체를 보게 된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생기면서 달리던 차량에 동물이 치여 죽는 ‘로드킬’ 발생도 부쩍 늘었다.

자전거 전용도로와 차로를 구분 짓기 위해 30㎝ 높이의 블럭과 철제 난간을 설치하면서 도로로 뛰어든 동물들이 횡단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다.

이 도로에는 인간에게 편리한 자전거 도로는 있지만 동물의 생명과 직결되는 생태통로는 없다.

관련 기관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이 도로가 녹지축을 잘라 조성한 것이 아니어서 생태통로가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대게 녹지축을 절개해 만든 도로에는 동물보호 차원에서 생태통로가 함께 놓여진다.

결국 인간을 위한 도로는 있지만 동물을 위한 도로는 없는 셈이다.

설령 인간 위주의 사고를 한다고 해도 생태통로가 필요하다.

로드킬은 2차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 통계에 따르면 국내 고속도로 로드킬 건수는 한해 평균 2000여건, 이 중 차량파손은 물론 동물을 피하려다 부상자, 사망자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로드킬 사고에 따른 차량 파손책임은 모두 운전자가 져야 한다.

핀란드에서는 야생순록의 뿔에 형광 스프레이를 뿌려 150m 떨어진 거리에서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반사시켜 로드킬을 예방한다고 한다.

굳이 핀란드 사례를 따르지 않더라도 인간과 동물 모두의 생명과 이동을 위한 생태통로만큼은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 인간에게 자전거 도로는 선택일 수 있지만 동물에게 생태통로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운전자는 감속과 적정속도 유지, 야간 운행 중 동물을 발견하면 전조등을 끄고 경적을 울리는 등 로드킬 대처법도 숙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