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첫 여성 정무수석으로 임명 당시부터 화제를 뿌렸던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공무원연금개혁 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고 11개월만에 돌연 사퇴했다. 임명 당시만큼 그의 전격적인 사퇴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자진 사퇴인지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된 퇴진인지를 두고 정치권 안팎이 시끄럽다.
조 수석은 사퇴의 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며 사퇴한다고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의 퇴진을 ‘문책성 경질’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조 수석은 지난 대선 때 대변인으로 박 대통령을 보좌했고 현 정부 출범 이후 여성부 장관으로 지난해 세월호 정국에서는 여성 정무수석으로 일하면서 여러 난제들을 대과없이 처리해 왔다. 이번 공무원연금개혁 협상에서는 청와대와 당을 잇는 소통 창구로 일했다. 공식 의전에서는 사실상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까지 맡으면서 박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다. 전격 경질이라는 해석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들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청와대의 공식 사퇴 발표 직후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원내대표는 왜 사의를 표명했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정치권에서는 조 수석의 전격 사퇴를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협상을 진행 중인 여야에 대한 청와대의 압박 카드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연금 개혁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는 것이다.
조 수석의 최초 사표 제출 시점이 지난 7일이고 이후 고위 당ㆍ정ㆍ청 협의 이후 연금 개혁에 대한 입장이 한 목소리로 정리돼 가는 국면에서 사표가 수리된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해 준다.
또 조 수석의 사퇴의 변에는 연금개혁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 그가 “현재 연금개혁과는 무관한 기초연금, 증세문제까지 거론되는 작금의 상황은 애초 개혁 취지를 심각하게 몰각한 것”이라고 지적한 것은 대통령의 연금 개혁의 기본 소신을 대변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연금개혁안 합의 과정에서 불거진 당청간 불협화음 때문에 조 수석이 물러난 것이란 해석도 있다. 그러나 최근 지속적으로 정치개혁을 주문해 온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 보내는 압박성 최후 통첩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 조 수석이 내년 총선을 전후로 다시 복귀할 것이라는 얘기들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분석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