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북한이 유엔(UN) 북한인권사무소의 서울 개소에 잇따라 반발하면서 남북관계가 연일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 북한은 체제 붕괴를 위한 선전포고라고 여기는 반면, 남한은 인류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차도 남북관계의 간극을 벌리는 요인이다.
북한의 예민한 반응은 평양의 바로 코앞인 서울에서 북한 인권 침해사실을 기록하고 김정은에게 책임을 묻는 작업이 시작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이제 막 설치된 북한인권사무소가 본격적으로 인권문제를 공론화하게 되면 북한의 반발 수위는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2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수습할 수 없는 파국에 치달았다”며 “말로 할 때는 지나갔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무력대응을 암시하는 위협을 쏟아냈다. 앞서 북한은 인권사무소가 개소한 이후로 이를 ‘특대형 정치적 도발’, ‘조선반도와 지역의 긴장을 격화하고 대결을 고취하는 범죄행위’라고 규정하며 비난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북한이 인권사무소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억류 중인 우리 국민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광주U대회) 불참의사를 통보한 사례다. 북한은 인권사무소 개소와 거의 동시에 억류 중인 우리 국민 2명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면서 그 혐의로 “인권문제를 꺼내들고”라는 말을 언급했다. 또 광주U대회 불참 이유로 ‘유엔 인권기구 서울사무소 설치’를 집어 말했다.
북한이 이처럼 극도로 반발하고 있는 데는 국제사회가 인권문제를 공론화해 가뜩이나 고립돼 있는 북한을 더욱 코너로 몰아세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인권을 감시하는 기구가 지척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도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개소식 참석차 방한한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을 핵 문제이상으로 주목하고 있다”며 국제 공조로 북한의 인권탄압 억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비췄다. 또 남한 정부도 북한주민 인권 개선을 위해 유엔ㆍ국제사회와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북한과의 추가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대북압박의 전초기지가 서울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격노한 상태”라며 “유엔 차원에서 진행되는 일에 대해서도 이만큼 반발하고 있는데, 추후 남한이 북한인권법 등을 제정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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