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국가정보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이 사실로 드러나 이를 통한 불법 사찰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내 ‘도ㆍ감청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해커가 국정원에 이 프로그램을 판매한 이탈리아 ‘해킹 팀’의 기술을 이용해 국내 사이트를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해킹에 의한 ‘내우외환‘이 발생하고 있다.

도감청 공포를 가장 먼저 느끼는 이들은 주로 고위 공직자와 대기업, 정치인들이다.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휴대폰 도감청 의혹과 논란이 일 때마다 차명폰을 찾거나 전원을 꺼두는 등 가장 먼저 자구책을 찾는 부류다. 도청은 불법이고 감청도 법원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지만, 이들은 언제든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일보 22일 보도에 따르면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을 지낸 한 국회의원은 요즘 대화할 때 스마트폰 전원을 끈다. 스마트폰 두 대를 갖고 있는 그는 중요한 통화는 아이폰의 무료 영상통화인 ‘페이스타임’으로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21일 “현직에 있을 때부터 ‘대포폰’을 만들어 썼다. 지금은 내 e메일과 휴대전화를 (정보기관에서) 들여다볼 것으로 생각하고 포기하며 산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하게 얘기할 상대가 있으면 전화나 e메일을 쓰지 않고 직접 만난다”고 했다.

야권에서도 ‘대면 접촉’을 선호하는 인사가 많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가 그렇다.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의원들과 연락할 때 유선전화보다는 휴대전화를 쓰고, 내용이 저장되는 문자메시지는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카카오톡 계정이 없어 야당 의원들의 ‘단톡방(단체채팅방)’도 활용 안 한다.

이런 가운데 21일 북한 소속으로 추정되는 해커가 최근 국내 인터넷망에 침입해 북한 문제를 다루는 인터넷 사이트 5곳을 해킹한 사실이 확인됐다.

조선일보 22일 조간 보도에 따르면 이 해커는 국정원에 해킹 도구를 판매해 최근 논란이 된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의 유출 자료에서 입수한 해킹 정보를 활용해 과거보다 강력해진 해킹 기법을 사용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해킹 관련 자료가 공개되면서 이를 이용한 북한이 이를 활용하리란 예상이 현실화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해커는 지난 10일 탈북자 모임 사이트, 북한 연구자 사이트 등 인터넷 사이트 5곳에 침투해 이곳들을 장악했다. 이용자가 해당 사이트에 접속할 때 이용자의 PC에 자동으로 악성코드를 설치하도록 했다. 접속한 순간, 해커가 해당 이용자의 PC 안에 있는 정보는 물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모두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국내 보안업체가 이 같은 해킹 사실을 확인했고, 현재 일부 사이트는 접속을 폐쇄한 상태다. 이번 해킹으로 몇 명의 개인 정보가 탈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7·10 북한 관련 사이트 공격’은 지난 10여년간 발생한 북한 추정 해킹과는 수준이 다르다는 게 보안 전문가들 평가다. 해킹에 쓰인 악성코드(컴퓨터 바이러스)는 그동안 북한 해커들이 주로 쓰는 악성코드가 그대로 쓰였다. 하지만 이번 해킹에선 이달 초 이탈리아 해킹 업체인 ‘해킹팀’의 유출 자료에서 입수한 ‘취약점’(고유번호 CVE-2015-5119 등 2개)을 썼다. 취약점은 프로그램에 침입할 수 있는 비공식 경로를 말한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연방수사국(FBI) 등 전 세계 정보기관과 거래하는 해킹업체인 이뮤니티 관계자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골든 키’를 확보한 이상, 앞으로 2~3년간 막기가 굉장히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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