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의 망언과 우경화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일본 ‘국수주의’의 근원은 한국과 중국 등 라이벌간에 고조되는 긴장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현재 일본에서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자살 특공대인 가미카제(神風)를 소재로 한 영화 ‘영원한 제로’가 두 달째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고, 대형서점에 한국과 중국 등 이웃나라를 혐오하는 책을 위한 별도 코너가 만들어진 점 등을 들면서 일본 우경화의 현주소를 집중 진단했다. ‘영원한 제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말 관람한 후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었다”며 “감동했다”고 말한 영화다.
WSJ은 “일본 전역에서 2차 대전에 대한 후회의 고통으로 오랜 기간 형성된 집단적 움직임이 변화를 맞고 있다”면서 이같은 현상이 “특히 한국과 중국 등 경쟁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중국 정부가 센가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무력을 과시하고 일본 경제 미래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많은 일본인이 국수주의 감정과 불신을 표출하고 더 나아가서는 이웃국가에 전면적인 혐오감까지 치닫고 있다”고 부연설명했다.
집권 자민당의 ‘천적’으로 통하는 민주당의 츠지모토 키요미(辻元清美) 중의원은 “오랫동안 억압되고 가둬진 증오와 차별의 생각이 각지에서 표출되고 있다”며 “그것이 반향실(echo chamber) 안에서 서로 증폭돼 혐한(嫌韓), 혐중(嫌中)의 분노로 타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 일본인들은 중국에 대해 81%, 한국에 대해 58%가 우호적이지 않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분노는 문화로까지 이어져 일본의 유력 시사주간지 분슌(文春)은 최근호에서 “한국의 어두운 면을 벗겨라”, 신조(新潮)는 “중국의 반일 프로파간다, 지극히 의도적이다”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다. 또 일본 서점에는 ‘중국 붕괴, 일본 번영’, ‘삼성에 대한 진실’ 등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WSJ은 “일본의 평화주의는 여전히 깊고 우경화는 초기단계에 있다”면서도 “일본 정계에서는 이미 이같은 분위기(우경화)가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단적인 예가 미국의 티파티와 비슷한 보수 성향의 30~40대 후보들이 선거에 대거 출마한 것이다. 지난 9일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는 침략전쟁을 부정하는 극우 성향의 타모가미 토시오(田母神俊雄)가 20대 유권자들 사이에서 24%의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WSJ은 또 일본 극우파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동북아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외교문제로 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남중국해에서 양국이 전투기와 선박을 이용한 ‘쥐와 고양이 추격’을 계속하고 있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일본 우경화가 동북아 긴장감을 높이고, 미국 다음의 세계 2, 3위 경제대국 중국과 일본의 충돌 가능성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내 반미 분위기도 고개를 들고 있다. WSJ은 “일본 정치인과 관료들은 미국이 중국과 경제관계를 강화하면서 일본이 중국에 공격당했을 때 미국이 일본 편을 들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극우로 칭하는 34세의 초선 의원 무토 타카야는 WSJ에 “일본은 중국과 북한에 대해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전면적 방어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그것에 대한 일본의 방식은 “바로 ‘핵무장’”이라고 답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간) 재일 한국인들을 겨냥한 일본 극우단체들의 ‘혐한 활동’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2013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재일 한국인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천예선 기자/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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