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중국의 자유파 지식인 100여명이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모임을 갖고 정치개혁과 민주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 모임에는 정치개혁을 주장하다 실각했던 후야오방(胡耀邦) 전 공산당 총서기의 아들인 후더핑(胡德平)과 후더화(胡德華), 저명 경제학자 마오위스(茅於軾),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의 비서를 지낸 공산당 원로 리루이(李銳) 등이 참석했다. 이 모임에서 올해 97세인 리루이는 “죽을 날이 멀지 않았다”면서 “헌정(입법정치)이 시행된다면 영혼이 돼서도 미소를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정치개혁은 입헌정치와 법치의 제도화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일부 중국 진보학자들은 정치개혁을 사상해방 운동에까지 비유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헌정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현대적 집권당으로 전환하는 것이 당면 과제이며 이를 위해선 낡은 사상, 옛 습관, 옛 제도 등을 모두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이번 양회에서도 정치개혁의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될 것이란 기대감은 높지 않다. 체제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중국 정치의 특성상 서방식 정치체제 모델을 채택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런민르바오(人民日報) 등 중국 관영매체들도 서구식 다당제에 대한 비판을 상시화하면서 정치개혁 요구를 견제하고 있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 주석은 양회 개막을 2주 앞둔 지난 17일 성장ㆍ부장급 간부들이 참석한 토론회에서 “사회주의 핵심 가치체계와 가치관을 배양하고 확대ㆍ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하겠다는 의중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양회에서 중국 지도부가 정치개혁보다는 권한 행사를 투명하게 하고 정부 감시를 강화하는 등의 정부개혁에 비중을 둘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민생ㆍ사법 개혁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지도부가 출범 이후 민생개선이나 사회개혁을 통해 지지기반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왔기 때문이다.
공안ㆍ검찰ㆍ법원 등 사법 분야 개혁은 이미 진전이 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재판의 공정성과 국민의 알권리 제고 등을 위해 관심을 받는 재판일 경우 그 내용을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자백을 중요한 증거로 간주하는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물증을 중요시해야 한다고도 하급 법원에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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