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ㆍ한희라 기자]정부가 22일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은 한 마디로 ‘은행의 문턱을 높여 대출 총량을 줄인다’로 요약할 수 있다.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ㆍDTI(총부채상환비율) 제도는 변경하지 않으면서도 간접적으로 이들 규제를 강화하는 효과를 얻겠다는 것이다. 담보 위주의 여신심사 관행을 상환능력 위주로 전환하고, 대출 중 일정 부분을 분할상환하도록 의무화해 분할상환대출 원칙을 시스템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애기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대책이 11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생계형 대출자들의 부담만 높이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금에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이들에겐 이번 대책이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짙다. 자칫 잘못하면 은행의 문턱만 높여놔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기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깐깐해지는 대출심사…DTI 강화 효과 노린다=이번 대책의 핵심은 대출심사 관행을 기존 담보 위주에서 상환능력 위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우선 대출 받을 때 제출하는 소득자료의 객관성을 높이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대출을 받기 위해선 소득금액증명원(사업소득), 원천징수영수증(근로소득), 연금지급기관증명서(연금소득), 국민연금 납부액, 건강보험료 등 실제 소득을 정확하게 입증할수 있는 증빙소득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신용카드사용액, 적립식 수신금액, 매출액 등 신고소득 추정자료는 신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반영해 은행 내부에서 심사단계를 상향(영업점장→본부심사)하거나 분할 상환으로 유도한다.
정부는 특히 주담대 상환능력 심사시 현재 기타 부채의 이자상환액만 고려하던 것을 내년부터는 기타 부채의 원리금상환액까지 고려해 차주의 총체적인 상환부담을 심사하도록 했다.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해 돈 빌리기를 어렵게 하겠다는 것이다. 소득 기준으로 총부채 상환능력을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하는 DTI 비율(현재 60%)은 그대로 놔두면서도 이를 간접적으로 강화하는 효과를 보겠다는 애기다. ▶빚은 나눠 갚는 것…분할상환대출 정착 시킨다=상환능력 심사와 함께 이번 대책의 골자를 이루는 부분은 ‘빚은 나눠 갚는 것’이라는 원칙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고정금리ㆍ분할상환 관행을 정착시키겠다는 애기다.
정부는 주담대의 분할상환 원칙을 은행권 내부 시스템화할 수 있도록 은행권 스스로가 ▲주택구입자금융 장기대출은 분할상환대출로 취급 ▲주택가격 및 소득대비 대출금액이 큰 경우 분할상환대출로 취급 ▲신규 대출의 경우 통상 3~5년인 거치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 유도 ▲기존대출 만기연장시 분할상환 유도 등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했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는 신규 주담대 취급시 소득수준, 주택가격 대비 대출금액이 큰 경우에는 일정수준 초과분을 분할상환 방식으로 취급하도록 했다. LTV 65% 초과 주담대에 대해선 매년 2.5% 이상 분할상환을 의무화한 노르웨이 처럼 상환부담이 높은 대출에 대해선 분할상환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또 장기ㆍ고정금리ㆍ분할상환 위주의 대출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이들 상품에 대해선 은행의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율을 단기ㆍ변동금리ㆍ일시상환 대출의 6분의 1수준인 최저 0.05%로 우대해 주기로 했으며, 목표 달성 수준에 따라 최대 연 0.06%포인트까지 추가로 감면해 주기로 했다.
변동금리 주담대의 경우엔 선진국과 같이 잠재적 금리상승에 따른 예상 상환부담 증가까지 고려해 대출 가능 규모를 산정하도록 했다. 해당 변동금리 주담대 취급시점의 금리에 일정 수준의 금리(스트레스 금리ㆍstress rate)를 반영해 대출가능 한도를 계산하는 것이다.
가령, 최근 3~5년간의 금리 변동폭 등을 감안해 산정하는 것으로 원리금 상환액 계산시 실제 이자에 더해 스트레스 금리를 반영하면 상환부담액이 커지는 효과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스트레스 금리 가산에 따라 대출자 스스로 금리 상승시 상환 부담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실제로 국내 SC은행은 변동금리대출에 대해 스트레스 금리를 반영해 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금액 비율을 80% 이하로 내부관리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 폭탄 피한다…실효성은 글쎄, ‘공염불’ 가계대책=정부가 이처럼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해 대출한도를 줄이는 한편, 고정금리ㆍ분할상환으로 대출 구조를 개선하려는 것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시점까지 고려한 정책이다. 1100조원에 이르는 현재의 가계부채도 한국경제에 큰 골칫거리이지만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는 시점이 되면 가계부채 문제가 더 큰 골칫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주담대 대부분이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안고 있다”며 “이들이 은퇴하게 되면 일정 소득이 없어지고 국민연금에도 기댈 수 없어 빚을 갚기 위해 부동산을 대거 내놓을 수 뿐이 없는데 그렇게 되면 부동산 가격 하락은 물론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쳐 지금이라도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대책이 근본적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월급의 상당 부분을 원리금 갚는데 쓰고,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전세금 때문에 대출을 받아야 하는 서민들에겐 이번 대책으로 인해 살 길이 더 막막해질 수 있다는 애기도 나오고 있다. 가계소득을 늘리는 방안이 없는 대책은 ‘공염불’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며 대책을 내놓은 것은 올 들어서만 두번째, 2011년 이후 여섯번째지만 가계부채는 오히려 급소도로 늘기만 했다. 게다가 이번 대책 역시 사전 위험 관리와 시스템 구축에 중점을 뒀다고 하지만 이미 비슷한 내용의 대책이 수차례 발표된 터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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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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