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 만들기 한길…장인인생 강준식씨
엉키지 않는 태극기 특허 2월말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 태극기에 더 큰 관심 보였으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언제 봐도 뭉클한 ‘태극기’. 가슴속 깊은 곳에서 뭔가 울컥 하고 치솟아 오르게 만드는 대상인 ‘태극기’.
하지만 최근 국경일에 태극기를 거는 집을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다.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단체 캠페인 속에서 그나마 특별한(?) 날에만 주인공이 되고 있는 것도 현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한때 호황이었던 태극기 판매상들의 국경일 특수는 거의 사라졌다. 그렇지만 10년이 넘게 오로지 ‘태극기 만들기’ 한길만을 걸어오며 국기 사랑을 실천해온 사람이 있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태극기 제작소 ‘플래그코리아’의 강준식(65) 대표다. 플래그코리아는 강 대표의 직장이다.
지난 27일 기자가 방문했을 때, 강 대표는 3ㆍ1절을 앞두고 바쁜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4평 남짓한 제작장에서 강 대표와 그의 아내는 수십 개의 박스에 태극기를 포장하고 있었다.
“2월 말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던 부부는 ‘태극기 설치방법’을 묻자 신바람이 나서 설명을 시작한다.
강 씨는 ‘엉키지 않는 태극기’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 회사에서 내놓는 태극기는 태극기를 묶는 깃대가 360도 회전하기 때문에 바람이 불어도 태극기가 깃대에 엉키지 않는다.
또 깃대 밑에 고정틀이 설치돼 있어 아파트 창문에 태극기를 달기 위해서 사람이 직접 몸을 밖으로 빼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없다.
남들이 겉으로 보기엔 볼품없어 보이는 작업장일 수 있지만, 남다른 기술을 겸비한 장인(匠人)정신은 제작장 안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어 준다.
강 씨의 태극기 사랑은 의외로 ‘태극기와의 악연’에서 비롯됐다.
공직에 있던 시절, 국경일에 길거리에서 태극기를 내걸고 거둬오는 일을 담당했던 강 씨는 바람에 펄럭여야 할 태극기가 지나가는 차들이 일으키는 바람 때문에 꼬이는 일 때문에 공휴일에도 출근을 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거기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는 어떤 바람에도 감기지 않는 태극기 개발을 시작했고, 지난 2004년에는 회전하는 게양대로 특허도 출원했다.
공직에서 은퇴한 후에는 자신의 집에 작업장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태극기 판매를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몰 등에 ‘엉키지 않는 태극기’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8000~1만원짜리 태극기는 모두 강 씨의 작품이다.
과거에 비해 태극기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어서 힘들긴 하지만, 결혼하는 신혼부부에게 태극기를 공짜로 나눠주는 등 관공서 등에서 꾸준히 물건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10년간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한다.
강 씨는 “3ㆍ1절과 광복절이 가장 큰 국경일로, 두 달 전부터 태극기 제작과 포장에 착수한다”며 “이 시기에는 5000~1만개가량이 팔린다”고 했다. 필요에 의해서 시작한 태극기 만들기지만, 강 씨는 국기선양회 이사로 활동하는 등 국기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강 씨는 “공공기관 조달이 많지만 가정집에서는 태극기 다는 집이 줄고 있다”며 “3ㆍ1절이나 광복절뿐 아니라 현충일과 같이 조기를 거는 날에 태극기에 더 관심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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