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아 그러니까 뉴스만 봐도 알겠더만, 어서 수사해주소.”

“인터넷만 검색해도 나와요. 수사해 주세요.”

최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뉴스나 풍문만을 근거로 자신과 사상이 다른 개인ㆍ단체 등을 ‘묻지마 고발’하는 사례가 빈번한 가운데 법무부와 검찰이 이같은 유형의 고발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4일 헤럴드경제의 취재결과, 법무부와 검찰은 앞으로 근거가 부족한 풍문, 언론보도, 추측 등을 근거로 한 고발사건에 대해 그대로 각하(불기소처분) 처분하는 내용을 담은 검찰사건사무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풍문성 고발 자체는 아예 안받아준다는 뜻이다.

이에 따르면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익명의 제보나 언론보도, 정보통신망의 게시물, 또는 고발인의 추측만을 근거로 하는 고발의 경우 이를 각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고발권 남용으로 인한 관련자들의 피해를 억제하기 위함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의 경우 언론의 보도나 추측, 또는 인터넷 게시글들을 바탕으로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를 촉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는 이를 거부할 수단이 없어 일단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하다 종결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피고발인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수사력이 낭비돼 보다 중요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어려워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재도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고소ㆍ고발자, 혹은 고소ㆍ고발장에 의해 혐의가 없거나 공소권이 없는 게 확실할 경우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발하는 경우나 한번 고소를 취하한 경우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었던 동일사건의 경우 ▷고소권이 없는 자가 고소한 경우 ▷고발장 제출후 고발인이 출석요구에 불응하거나 소재 불명된 경우 ▷사건의 경중 및 경위 등으로 인해 공공의 이익이 없거나 극히 적어 수사필요성이 없는 경우에는 사건을 각하할 수 있게 돼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고발의 진위가 불분명한 익명의 제보나 언론보도,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의 게시물, 고발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제 3자로부터 전문(들은 말)이나 풍설, 또는 고발인의 추측만을 근거로 하는 등 수사를 개시할만한 구체적인 사유나 정황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고소ㆍ고발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고소ㆍ고발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185만2437건의 형사사건 중 고소ㆍ고발사안이 51만2513건으로 전체의 30%정도를 차지했다. 한해 평균 우리나라 인구 1만명 당 고소ㆍ고발은 80건 가량으로, 비슷한 사법체계를 가진 일본(1만명당 1.3건)의 60배가 넘는다.

이 중 고발 건은 지난해 9만4118건(12만2547명)으로 지난 2012년에 비해 10.2%나 늘었다. 고발된 사람 중 12만2319명이 처리됐으며 이 중 절반가량인 6만672명이 불기소 처분됐다. 고발된 사람 2명 중 1명은 범죄혐의가 없거나 부족했지만 수사를 받느라 고통을 당한 셈이다. 그에 반해 기소된 사람은 5만2984명(43.41%)에 불과하다.

법무부 검찰과장은 이와 관련해 “고소ㆍ고발의 남발로 관련자가 고통받고 수사력이 낭비돼 해결책을 찾기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중”이라며 “아직 결재가 끝난 것이 아니라 이대로 규칙이 개정된다 아니다라는 확답을 할 수는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