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노숙인 67% “아파도 병원 못간다” -서울시, 한국도시연구소 의뢰 보고서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서울에 있는 노숙인이 4433명에 달하는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이중 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거리노숙인)은 871명이었다. 이들 중 3분의2는 지하철 1호선이 지나는 중구와 용산구, 영등포구, 종로구에 밀집했다.
이는 헤럴드경제가 단독 입수한 ‘서울시 노숙인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5일 나온 이 보고서를 토대로 최종보고회를 열었다고 7일 밝혔다. 실태조사는 서울시가 지난해 3월 한국도시연구소에 의뢰한 것으로, 지난해 5월과 7월, 10월 그리고 올해 1월 등 네차례 실시했다.
서울시와 도시연구소는 보건복지부가 매년 10월에 전국 단위의 노숙인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만큼 지난해 10월 조사된 결과를 중심으로 최종보고서를 작성했다.
▶노숙인 74%, 1호선에 밀집=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9일 일시집계조사에서 확인된 서울시 노숙인은 4433명으로, 거리에서 노숙하는 이는 19.6%(871명)를 차지했다. 남자가 825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여자는 41명이었다. 나머지 3562명은 각종 노숙인 시설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리노숙인의 73.7%(642명)은 지하철 1호선이 지나는 중구와 용산구, 영등포구, 종로구에 집중돼 있다. 중구가 247명으로 가장 많았고, 용산구(184명), 영등포구(143명), 종로구(68명) 등의 순이었다. 이곳은 주로 서울의 오래된 도심과 부심 기능을 담당했던 곳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이들과 인접한 동대문구와 서대문구도 각각 34명, 23명의 거리노숙인이 발견돼 연관성을 나타냈다.
새로운 도심으로 성장한 서초구, 송파구, 강남구 등 서울 남동부 지역에도 9.6%(84명)의 거리노숙인이 밀집해 두번째 집중지역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전통적 거리노숙인 지역인 중부권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남동부권에 거주하는 거리노숙인의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숙인 67% “아파도 병원 못 가”=노숙인의 복지 사각지대는 심각한 것으로 나왔다. 서울시와 도시연구소는 ‘만성노숙인’ 293명을 심층면접해 복지 및 의료서비스 실태도 조사했다. 만성노숙인은 노숙생활 기간이 1년 이상이고 알코올중독, 정신질환, 고령 등으로 사회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을 말한다.
만성노숙인의 67.1%는 아파도 의료시설을 이용한 경험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층면접에 참여한 노숙인 A 씨는 “눈이 아파서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경비가 내쫓았다”며 “결국 제때 치료를 못 받아 실명했다”고 했다.
또 16.5%는 장애가 있어도 장애인등록을 못해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했고, 노숙인이 가장 취약한 알코올 중독 및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이 중 63.1%가 한번도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만성적 노숙인이 의료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병원비 부담 때문이었다. 41.7%는 병원비가 많이 나올 것을 우려했고, 22.9%는 건강보험이 체납돼 병원에 가지 못한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건강보험과 의료보호, 노숙인의료서비스 등의 체계가 마련돼 있지만 노숙인에게는 여전히 문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노숙인 48% 고졸 이상=이번 심층면접에는 남성 251명(85.7%), 여성 42명(14.3%)이 참여했다. 50대가 32.8%로 가장 많았고, 40대(28.7%), 60대(22.9%) 순이었다. 70대 이상 고령자와 20대 이하 청년도 각각 20명(6.8%)과 4명(1.4%)이 만성노숙인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의 47.5%(138명)는 고졸 이상 학력을 갖고 있었다. 4년제 대학교를 나온 사람은 20명(6.9%)에 달했고, 대학원 이상 졸업자도 2명(1.0%)이나 포함됐다. 중학교와 초등학교 졸업자는 각각 24.1%, 22.1%였고, 나머지 5.9%는 무학이었다.
노숙 생활 직전에 가족이나 친인척과 같이 살고 있지 않은 만성노숙인은 29.4%로, 노숙 생활 이전부터 가족관계의 취약성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만성적 노숙 자체가 사회적 고립을 가속화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노숙 생활 후 가족 및 친인척과 아예 연락을 끊고 지내는 비중은 42.7%였다. 따라서 만성노숙인을 기존 가족과의 재결합 등 가정으로 복귀시키는 전략보다 새로운 재정착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조언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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