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김진태호(號) 검찰의 명운(命運)이 촌각에 달렸다.
지난해 12월 초 채동욱 전 총장의 사생활 의혹과 검찰 내,외부의 외압, 항명 파동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 총장이 오는 11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는다.
특수통 출신의 원칙주의자인 그는 취임 일성으로 “‘바르고 당당하면서 겸허한 검찰’로 거듭나 국민 신뢰를 되찾고, 검찰인으로서 명예와 자존을 회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 의혹이 검찰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뇌관‘으로 부상하면서 그의 말은 점점 설득력과 진정성을 잃어가고 있다.
오히려 작금의 상황은 김 총장 취임 당시 검찰에 드리워졌던 혼란상의 ‘데자뷰’를 연상케 한다.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엔 그 어느 때보다 냉소와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
증거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김 총장은 “의혹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검찰의 신뢰 문제와 직결돼 있다”며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국가정보원이 연루된 사건에서 검찰이 과연 국정원에 칼을 빼들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더구나 이미 중국 정부가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재판에 제출한 증거 서류들이 모두 ‘위조'라고 공식 통보한 상황이어서 ‘면피용’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속속 드러나는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도 국정원과 검찰이 증거를 위조해 억울한 사람에게 ‘간첩’ 누명을 씌운 게 아니냐는 은폐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위조된 서류를 국정원에 건넨 것으로 알려진 탈북 출신 조선족 김모씨의 자살 시도로 이제 국정원을 수사해야만 하는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사가 하염없이 지체돼 흐지부지 끝나버릴 수도 있다.
각종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 검찰이 국정원의 ‘협조자'였던 것으로 밝혀진다면 검찰은 증거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재판에 제출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개인의 인권을 유린한 국가기관이라는 오명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모든 수사에서 증거의 취득 경위나 진정성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조그만 오류도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 총장은 그 때가서 뭐라 말할 수 있을까.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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