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 오는 2020년까지 약 2조원을 투자해 울산, 여수 등을 동북아 에너지 교역 중심지로 키운 뒤 궁극적으로 ‘세계 4대 오일허브’를 구축하겠다는 정부 구상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정부 계획이 장밋빛 전망이기는 하지만 계획대로 밀어부칠 경우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에도, 일본에는 없는 한국의 입지조건=한국 보다 석유소비도 많고,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중국, 일본도 욕심내지 않는 오일허브 구축 구상을 우리가 하는 게 과연 맞을까. 정부는 ‘맞다’는 답이 나온다고 봤다. 중국이나 일본은 쉽게 뛰어들 수 없는 고민이 있다는 것.
중국의 경우 자체 석유 정제시설이 부족해 내수에 필요한 석유제품을 생산하기도 벅찬 실정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석유 저장 탱크에 석유제품을 충분히 비축을 해 놓고 석유 트레이더를 위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기는 어렵다. 또 중국은 석유 정제비가 한국에 비해 2.6배 가량 비싸다. 정제비용은 우리가 배럴당 2.33달러인데 반해 중국은 6.12달러다. 접안 시설의 평균 수심도 한중일 중에서 가장 낮은 16.3m다. 이에 반해 한국은 20.6m다.
일본도 오일허브를 구축하기에는 벅차다. 일단 자연환경이 문제다. 지진이나 태풍이 잦아 대규모 오일탱크를 설치해 석유를 저장할 수 없다. 항만 물류비도 한국이 5만t 당 2만157달러인 반면, 일본은 3만5501달러로 50%이상 비싸다.
이런 이유로 중국과 일본을 고민했던 글로벌 탱크 터미널 업체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석유회사들이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창고업’에서 ‘석유 트레이딩 사업’으로 확대한다=정부는 오일허브의 첫 단추를 ‘창고업’에서 시작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 울산과 여수에 3660만배럴 규모의 석유 저장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여수에는 이미 820만 배럴의 석유를 저장할 수 있는 탱크가 구축돼 있는 만큼 1, 2단계로 나눠 울산 북항과 남항에 각각 990만배럴, 1850만 배럴의 저장 탱크를 건설키로 했다. 이렇게 구축된 탱크로 정부는 당분간은 창고업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 과장은 “일단 창고업을 통해 세계 원유 트레이더 및 트레이딩 업체의 관심사를 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석유 저장탱크에 석유를 비축하는 창고업이 안착되면, 이 저장 석유를 정제ㆍ가공하는 것과 함께 ‘트레이딩’ 거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주도로 세계 3대 오일허브로 급부상한 싱가포르의 경우도 첫 시작은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구축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창고업을 시작하면 싱가포르 이상의 유인책을 제공하고, 각종 규제도 확 풀어 해외석유 트레이더들이 편하게 트레이딩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외국 트레이더 회사의 신설법인에 대한 법인세 면제 혜택 등이 그것이다. 정부는 트레이더들이 거래에 참여하면 소비형 직접거래, 트레이더를 통한 중계거래, 금융기관을 통한 파생상품거래가 활성화돼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가치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유종(油種)간 중계거래, 지역간 석유가격 차이를 활용한 차익거래도 차츰 늘어날 것으로 점쳤다. 여기에 미래에 공급될 석유(선물)를 거래하거나, 특정 조건으로 석유를 구매ㆍ판매할 수 있는 권리(옵션) 등을 거래하는 각종 파생상품거래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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