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대형마트나 아파트 주차장 등 여성이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장소를 경찰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전수 점검에 나선다.

또 부패비리로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징계시효기간 주요 보직으로 발령을 제한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7일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생활치안 강화대책 및 복무기강 확립 대책’을 마련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단 한번의 안이함과 소홀함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를 근절할 수 있도록 생활치안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주문했다.

경찰은 12일부터 대형마트, 백화점, 아파트 주차장 등 여성 대상 범죄에 취약한 장소를 다음 달 22일까지 자치단체와 합동 전수 점검한다.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시설주와 협의해 CCTV 설치, 경비인력 증원 등 방범환경 개선을 추진한다.

보복과 같은 구체적인 위험에 노출된 피해자와 목격자는 관할 경찰서가 신변보호대상자로 등록하게 해 신변경호, 임시숙소 제공, 위치추적장치 대여 등 신변보호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여성 대상 범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 경고나 제지 등 보호 조처를 하도록 했다.

피해이전 단계라도 지속적인 가해 위험이 있으면 현장에서 격리 등 실효성 있는 조처를 할 수 있게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112신고 시 아동이나 여성의 비명, 숨소리 등 다급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면 신속하게 위치를 추적하고 살인, 강도 등에 해당하는 ‘코드0’ 사건으로 간주해 모든 가용 경찰력을 출동하도록 했다.

경찰청은 지자체, 지방의회 등과 협조해 원룸이나 다세대 주택 등 소형건축물에도 범죄예방시설 기준이 적용되도록 조례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찰이 이처럼 전국의 모든 주차장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선 것은 최근 발생된 ‘트렁크 시신 사건’을 기점으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주차장이 여성 겨냥 범죄의 사각지대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 운전자들의 편의를 위해 도입된 여성전용 주차장은 남성 출입에 제한된다는 특성이 오히려 범죄 대상을 물색하는데 용이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대론 취지에 역행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 ‘제2의 김일곤 사건’이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어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높아졌다.

트렁크 시신 사건의 피의자인 김일곤은 지난달 2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대형마트 여성전용 주차장에 잠복해 있다 한 30대 여성에게 다가가 흉기로 위협, 납치를 시도한 바 있다.

여성전용주차장은 당초 여성 운전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의 호텔들이 성폭력 등 여성 고객들의 위험 부담을 덜어줄 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엔 1990년대에 처음 들어왔다.

이후 서울시가 2008년 공영주차장 10개소 등에 여성전용 공간을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2009년엔 30면 이상 주차장에 여성전용 자리를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하면서 본격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성전용이란 사실이 노출돼 있다 보니 범죄자들이 타깃으로 삼기 쉽고, 이들이 범행시 주위에 여성들만 있을 거란 생각에 더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이곳에선 여성의 차량이나 옷차림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제력을 가늠할 수 있어 부유층 여성들이 주요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7일 서울 마포의 한 대형마트에선 한 30대 남성이 외제 승용차에 타려던 여성을 납치하려고 시도했다.

결국 미수에 그쳤지만, 이 남성은 대형마트 주차장을 돌며 외제차량을 타고 다니는 여성만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여성전용 주차장의 구획마다 설치된 대형 기둥들은 폐쇄회로(CC)TV나 마트 직원들의 시야로부터 자신을 은폐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한편, 경찰청은 복무기강 확립을 위해 금품수수나 공금횡령 등 부패비리를 저지른 경찰관에게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하기로 했다.

징계시효 기간 지휘관이나 인사·수사·단속·감사부서장 등 주요 보직으로 보임을 제한한다는 의미다.

징계시효는 견책은 3년, 감봉은 5년, 정직은 7년이다. 예컨대 총경이 부패비리로 감봉의 징계를 받게 되면 5년간 경찰서장이나 인사 등 주요 보직에 갈 수 없게 된다.

경찰청은 아울러 부패비리 경찰을 직무고발하고, 수수한 금액 또는 횡령한 금액의 5배 이내로 징계부가금을 내도록 할 방침이다.

음주운전을 경찰관에게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예외 없이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하고, 적절한 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동석자도 운전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문책하기로 했다.

사건관계자를 경찰관서 외에서 만나는 것을 금지하고, 피해자 요청에 의한 출장조사와 같이 외부에서 만남이 불가피하면 사전에 보고하고 여성 사건관계자는 여경 등 동료를 동석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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