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롯데가(家)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앞세워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8월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종결된 것으로 보였던 롯데가 경영권 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든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8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과 신격호 총괄회장이 함께 한국과 일본 법원에 신동빈 회장 측을 상대로 총 3개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받은 위임장을 근거로 아버지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했다. 9월 24일자로 된 이 위임장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일체의 법률적 행위를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위임장 하단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서명이 담겨 있으며,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위임장에 서명을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공개했다.
각각의 소송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본 법원에 접수된 소송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를 상대로 제기한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 무효소송’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7월 28일 일본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에서 해임했는데, 이 과정이 불법적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것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주장이다.
나머지 두 개의 소송은 8일 오전 한국 법원에 접수됐다. 그 중 하나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전후로 한ㆍ일 롯데 계열사 이사직에서 순차적으로 해임됐는데, 그러한 해임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자신이 해임된 계열사 가운데 비교적 최근에 해임이 이뤄진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 두 곳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을 대리하고 있는 김수창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는 “한국에서는 이사 해임의 부당성을 다투기 위한 소송 절차가 손해배상밖에 없어서 손해배상 형식으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구금액은 12억원이지만, 향후 청구금액이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
나머지 소송 하나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쇼핑을 상대로 제기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이다. 롯데쇼핑의 회계자료를 통해 회사 경영, 특히 중국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신동빈 체제의 롯데그룹은 경영 특혜와 부정에 대한 수많은 의혹이 제기돼 왔고 그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크다”며 “따라서 그룹의 대주주로서 경영감시권을 발동, 그룹 전반에 관해 그간 경영 상황을 정밀검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그룹 모든 계열사 내부 경영자료를 취합하는 법률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혀, 다른 계열사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 있음을 시사했다.
소송은 세 개로 나눠져 있지만 핵심 쟁점은 하나로 요약된다.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와 형을 물러나게 한 과정이 합법적이었냐는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내세우는 논리는 자신 편에 선 우호지분이 더 많다는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날 광윤사 지분은 자신이 50%, 신동빈 회장이 38.8%, 어머니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가 10%, 신격호 회장이 0.8%를 들고 있다고 공개했다. ‘총수일가-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각 계열사’로 이어지는 롯데그룹 지배 구조 상 그룹에 대한 지배권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날 부인 조은주 씨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조 씨의 대독을 통해 롯데 경영권 분쟁에 대한 자신의 입장도 밝혔다. 그는 “신동빈이 지나친 욕심으로 아버지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과 회장직을 불법적으로 탈취한 것은 인륜에 크게 어긋난 행동”이라며 “총괄회장은 격노하고 매우 상심해 본인의 즉각적인 원상복귀와 동생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소송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첫째 총괄회장의 즉각적인 원대복귀 및 명예회복, 둘째 불법적인 결정을 한 임원들의 전원사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날 자신을 SDJ코퍼레이션의 회장이라고 소개했다. SDJ코퍼레이션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름 이니셜을 딴 회사로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에서의 활동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했다. 고문으로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있으며, 민 고문은 이날 회견장에도 참석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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