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나를 쳐라…‘퍽’”(영화 ‘투캅스’ 중)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가오 떨어지는 짓 좀 하지 말자”(영화 ‘베테랑’ 중)
경찰은 한국 영화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그만큼 관객들에게 경찰이란 악과 정의를 넘나들며, 친근하면서도 쉽게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존재란 뜻이다.
경찰 영화의 효시 격인 ‘투캅스’부터 최근 경찰 영화 중 최고 흥행을 기록한 ‘베테랑’까지 시대 변화에 따라 극중 경찰들의 모습도 변천을 거듭해왔다.
1993년 개봉한 ‘투캅스’는 뇌물에 맛을 들인 형사와 아직은(?) 강직한 신참내기 형사가 서로 파트너로 만나면서 좌충우돌 콤비를 이뤄나가는 블랙코미디 장르의 영화다.
이때만 해도 공권력의 상징이었던 경찰을 영화 소재로 다룬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게다가 경찰의 모습을 부패와 위선으로 그려낸다는 것이 당시엔 충격이었는데 그만큼 국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2002년에 개봉한 ‘공공의 적’에서 경찰은 투캅스 때보단 긍적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비록 막무가내 꼴통 형사가 나오지만, 극악무도한 범죄자와 끈질기게 맞서 싸우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2003년에 나온 ‘와일드카드’는 형사 생활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력계 형사들이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팀워크를 발휘해 범인 검거를 시도하는 스토리의 영화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와선 경찰의 모습이 다시 부정적으로 바뀐다.
2010년 개봉한 ‘부당거래’에선 부패 경찰이 등장한다.
이 영화는 비리와 스폰서 관계로 얼룩진 경찰 세계를 그렸다.
연쇄살인사건 범인에 대한 계속된 검거 실패로 가짜 범인을 만들어 사건 종결을 시도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당거래는 경찰들이 꼽는 최악의 영화이기도 하다.
2013년 개봉한 ‘감시자들’에선 지능 경찰로 그려졌다.
첨단장비를 활용하며 흔적을 남기지 않는 범인들의 감시만 전담하는 특수조직 감시반 경찰들의 스토리다.
올해 개봉한 ‘베테랑’은 누적관객 1300만명을 돌파, 경찰 영화의 새 역사를 썼다.
광역수사대 소속 형사가 온갖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안하무인 재벌 3세를 상대로 승리를 이뤄낸다는 내용이다.
폭행, 마약, 공무집행방해 등 영화에서 그린 재벌의 반윤리적 행태와 추태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유사 사건들에서 모티프를 얻었기 때문에 대한민국 막장 재벌 2,3세들의 종합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선 경찰이 재벌을 상대로 전면승부를 벌인다는 점에서 현실적이지 못하단 지적이 나왔지만, 오히려 ‘이상적’이기 때문에 많은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또 분명한 선악 구도에 권선징악이란 다소 뻔한 주제를 담았지만, ‘갑질 논란’ 등으로 정의에 갈증을 느낀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줬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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